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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08. 2024

벚꽃엔딩

지는 벚꽃을 보며 소원 빌기

벚꽃이 지고 있다. 환하게 주위를 밝히던 연분홍 꽃잎들이 떨어지고 있다. 급한 나무는 벌써 잎이 반을 덮었다. 벚꽃을 보고 있으니 꽃잎이 흩날린다는 표현을 벚꽃을 보고 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었다. 얇고 작은 꽃잎들이 바람에 날려 조용히 하나둘씩 떨어졌다.




벚꽃을 반기진 않았어도 벚꽃이 지는 건 아쉬웠다. 핀 김에 조금 더 피어 있으면 좋으련만 지는 꽃잎을 보니 못내 아쉬웠다. 벤치에는 벚꽃 잎이 방석처럼 덮여있었다. 대충 꽃잎을 치우고 앉았다. 언제 날씨가 추웠나, 언제 나뭇가지가 앙상했나 할 정도로 햇살은 따뜻했고 나뭇가지의 잎은 꽤나 올라와있었다. 갑자기 달라진 현실적이지 않은 모습에 잠깐 꿈속인 듯 멍해졌다.


그러다 꽃잎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무릎에도 떨어지고 폰 위에도 떨어졌다. 잡을 새도 없이 내 몸 쪽으로 꽃잎이 떨어졌다. 그 순간 '소원이 이뤄지려나'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이 진짜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그냥 들어주면 좋겠다 싶었다. 내게도 영화 같은 이야기가 생기기를 바랐다. 


벚꽃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벚꽃을 잡아 소원을 빈 적이 있다. 잔뜩 기대를 했지만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라고 실망하며 괜한 희망을 건 내가 한심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는 벚꽃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은 지는 꽃이 아쉬워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벚꽃에 소원이라도 담아 보내면 덜 아쉬울 테니 말이다.



예전에 실망을 했으면서 오늘 또 벚꽃에 소원을 빌었다. 고작 작은 꽃잎 하나에 의지해 다시 소원을 빌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모자라다. 그래도 빌다보면 소원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머릿속으로 소원을 정리하고 한번 더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소원에 한걸음 더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벚꽃은 가지만 벚꽃에 담은 사람들의 소원들은 남아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꼭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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