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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r 17. 2024

기쁨 하나

반가운 진달래

오전부터 볼일이 있어 일찍 나섰다. 나오기 전에 이것저것 챙긴다고 지체했더니 시간이 빠듯했다.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아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무사히 볼일을 끝냈다.




밖을 나오니 맑은 하늘이 보였다. 아직 바람이 찼지만 햇살은 꽤나 따뜻했다. 급하게 걸치고 나온 니트 카디건이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햇살이 가득했다. 언제 이렇게 봄이 왔는지, 어제까지는 겨울이었는데 하루 만에 봄으로 바뀐듯했다. 나온 김에 처리할 다른 일이 있나 생각하다 집에 빵이 떨어진 게 생각났다. 샌드위치 재료가 아직 남아있는데 빵이 없어서 못 먹고 있던 터였다. 근처에 빵집이 있는지 찾아봤다. 마침 가까운 곳에 새로 생긴 비건빵집이 있었다. 앱의 도움으로 빵집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른 오전시간이라 오픈시간까지는 몇 분이 남아 있었다. 오매불망 가게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맞은편 가게에 있는 분홍분홍한 꽃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진달래였다.


어렸을 땐 길가에서도 가끔 보이던 꽃인데 요즘은 진달래 보기가 참 어려워졌다. 봄에 피는 다른 분홍꽃은 많아도 진달래는 잘 볼 수가 없었다. 진달래는 꽃잎이 여려서 볼 때마다 참 예쁘다고 생각했던 꽃이었다. 예전에는 봄이 시작되면 개나리와 진달래였는데, 이제는 개나리와 함께 진달래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눈앞에 진달래가 딱 나타났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보니 땅이 아니라 큰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화분이 놓인 곳은 작은 미용실 앞이었는데, 미용실 원장님이 키우시려고 가져다 놓으신 듯했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 쌀쌀한 날씨에도 봉우리의 반이 피어 있었다. 한참 빠져서 보다 보니 빵집 오픈시간이 됐다. 빵집 앞을 다시 기웃거렸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문이 열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화를 걸어 물어볼까 했지만 다음 일정 때문에 더 기다릴 순 없어 그곳을 돌아 나왔다. 일부러 찾아온 걸음인데 빵을 사지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다. 어쩐지 딱 근처에 그냥 빵집도 아닌 비건빵집이 있더라니, 잘 알아보지 않고 빵을 무조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다.



진달래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이라고 한다. 빵은 비록 사지 못했지만 꽃을 봤으니 소중한 기쁨 하나를 얻어 돌아왔다. 사실 오늘 일찍 나온 것도 시간이 엉키면서 무리해서 다녀온 길이였다. 거기다 애써 찾아간 빵집은 문도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진달래 덕분에 잠시라도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진달래 때문이라도 다시 힘을 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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