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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Apr 18. 2024

햇살을 찾자

개보리뺑이 꽃

자주 지나다는 길에 작은 화단이 있다. 근처 아파트 한편에 마련된 곳인데 특별히 관리를 하는 곳은 아닌 듯하다. 일부러 식물을 심지도 않고 손길이 닿지 않는 덕에 자연스럽게 자란 들꽃들을 볼 수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봄이 완연하니 그곳에도 풀잎이 무성하게 자라났다. 거기에 유난히 작고 귀여운 노란 꽃이 보였다.




잎에 비하면 너무 작은, 새끼손톱만 한 꽃이었다. 꽃을 받치고 있는 줄기는 또 어찌나 긴지 위태로워 보였다. 잎 모양을 보니 민들레랑 닮았기도 한데 꽃을 보니 아니고, 국화처럼 겹겹이 폈는데 국화치고는 크기가 너무 작았다. 찾아보니 '개보리뺑이'라는 꽃이라고 한다. '개'가 붙는 것은 원래 있던 것과 비슷한데 질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특히 꽃이름 앞에 붙는 '개'는 먹지 못하는 꽃을 의미한다고 한다. '개보리뺑이' 역시 '개'라는 접사가 붙어서 어떤 꽃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름에서 보이는 '보리뺑이'는 '뽀리뺑이'라는 식물인데, 잎이 연할 때 따서 데친 후, 나물로 먹거나 된장국으로도 끓여 먹는다고 한다. 그에 반해 개보리뺑이는 먹을 수 없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쓸모가 없지만 열매를 맺기 위해 열심히 크고 있는 중일테다. 무성한 풀잎 속에서 가냘프지만 잘 자랐다.


개보리뺑이 꽃은 특이하게도 햇살이 밝은 때에 폈다가 해가 넘어갈 때쯤이면 잎을 닫는다고 한다. 햇살이 좋아야만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햇살이 가득한 시간에 나가서 꽃을 보게 되었다. 오후에 지나갔다면 이 꽃을 영영 모르고 지나갔을 것이다.


아름답고 예쁜 것을 찾아 행복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쉽지 않았다. 삶은 늘 햇살이 아니었고 구름이 먹먹한 날들이 오히려 많았다. 그래도 그 속에서도 꾸역꾸역 작은 햇살이라도 찾아야 한다. 개보리뺑이 꽃이 햇살을 찾아 피듯이 부지런히 따뜻한 햇살을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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