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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07. 2024

조카의 울음

조카는 아직 내가 어색하다

동생네가 일이 있어 조카를 잠시만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조카가 보고 싶기 때문에 한 번에 오케이를 했다. 조카는 낯을 조금 가리더니 곧 익숙해져서 같이 잘 놀았다. 그런데 잘 놀고 잘 자고 일어나서는 울음을 터트렸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그리 슬프게 우는지 진땀이 났다.




조카는 보고 또 봐도 예쁘다. 볼 때마다 새로운 애교와 장기가 늘어난다. 그 꼼지락 거림을 보고 있으면 온 마음이 녹아내린다. 아직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놀면서 손도 잡아주고 한 번씩 뚫어져라 봐준다. 그 순간 섭섭함은 잊고 감동이 밀려온다.


동생네에 도착해 조카와 눈인사를 몇 번 나누고 아파트 놀이터가 있는 벤치로 데리고 나갔다. 다행히 날이 따뜻해서 시간을 보내기 괜찮았다. 혹시나 칭얼거릴까 봐 과자도 달라는 대로 내주고 시선을 돌리려고 계속 왔다 갔다 끌고 다녔다. 그러다 점차 웃음이 사라지더니 이내 멍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잠이 오는 것 같아서 달래 가며 유모차에 눕혔다. 어쩐 일인지 잠투정 없이 잠이 금세 들었다.


아침부터 엄마, 아빠 따라 덩달아 정신이 없었는지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이었다. 앉은 채로 기절하듯이 잠이 들어버렸다. 유모차를 기울여서 눕게 해주고 싶은데 시도하다 깰까 봐 그대로 두었다.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조카는 잘 자고 있으니 그야말로 평화로운 오후였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평화가 깨지고 말았다. 눈을 조금씩 굴려서 설마 깨나 싶었는데 눈을 번쩍 뜨고 만 것이다.


조카는 기다릴 새도 없이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그 작은 눈에서 굵직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눈을 떴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아서 놀란듯했다. 안고 달래 봤지만 울음은 잦아들지 않았다. 조카를 안고 동생네가 있는 곳으로 갔다. 가는 내내 떠나가라고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들렸는지 문 앞에 올케가 나와있었다. 조카는 올케를 보자마자 더 서럽게 울더니 이내 울음을 그쳤다. 나랑 잘 놀고 잘 잤는데 펑펑 눈물을 흘리니 대역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아무리 잘해도 조카는 누군지도 모르고 기억도 못할 것이다. 예뻐하는 마음이야 크지만 동생네만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으니 낯설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이 놀아주고 더 예뻐해 줘야지. 언젠가 조카도 내 마음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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