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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May 20. 2024

건강한 맛에 익숙해지길 바라며

오이김밥 만들기

알고리즘에 의해 오이김밥이 영상에 떴다. 최화정 님이 만드신 오이김밥이다. 김밥에 재료 단 하나, 오이만 들어간다. 맛이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은 되었지만 그래도 건강하니까, 간단하니까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는 오이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단독으로는 잘 먹지 못한다. 양념에 버무리거나 쌈장에 찍어먹거나 소금, 후추 간이라도 해야 먹을 수 있다. 오이를 먹을 때 느껴지는 푸릇? 한 맛이 아직 어색해서다. 그런데 오이김밥이라니. 그것도 진짜 오이 하나만 들어가는 김밥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았다. 오이김밥은 칼로리가 낮은 건강한 김밥이라고 한다. 요즘 칼로리 높은 음식들을 먹어서 걱정이 됐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덜려고 만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오이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가시 부분 위주로 살짝만 벗겨낸다. 껍질이 조금 남아 있으면 진한 녹색 부분이 보여서 보기 좋다. 긴 부분을 기준으로 반으로 잘라 가운데 씨 부분을 긁어 빼준다. 나는 가시 오이라서 씨가 많아 도려냈는데 씨가 많지 않거나 씨 부분이 들어가도 괜찮다면 굳이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씨를 제거했다면 빈 부분에 파프리카를 얇게 썰어 채워 넣으면 좋다.


밥의 양념은 조금 짭짤하게 하는 것이 좋다. 오이에 간을 안 하기 때문에 밥에도 간이 안되면 정말 아무 맛이 안 날 수 있다. 밥에 양념은 식초, 원당, 소금을 넣어 만든 단촛물로 하는데 나는 원당을 빼고 참기름을 넣어 버무렸다. 재료 준비는 이걸로 끝이다. 김밥김에 양념한 밥을 얇게 펴고 반으로 잘린 오이를 하나로 합쳐 말면 오이김밥 완성이다. 재료가 하나인데 모양도 동그래서 김밥 말기가 아주 수월했다. 자를 때도 오이가 단단하게 힘이 있어서 아주 쉽게 자를 수 있었다.


맛은 생각한 그대로의 맛이었다. 밥에 생오이 먹는 맛이다. 너무 밍밍해서 쌈장을 푹 찍어 먹었다. 그래도 폭발적인 감칠맛은 없었다. 중간에 '김치라도 꺼내야 하나'하고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그런데 '이 맛이 맞나', '오이가 원래 이렇게 아삭했나'라고 의아해하며 한 개씩 먹다 보니 어느새 다 먹어버렸다.



오이김밥이 엄청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아주 조금은 오이김밥의 매력을 알 것 같기도 하다.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늘 하는 생각이 있다. '언젠가는 익숙해지겠지.' '이 은은한 맛을 아는 때가 오겠지'라는 생각이다. 오이김밥도 맛은 없지만 몸에는 좋을 것이다. 몸을 위해, 나를 위해, 얼른 이 건강한 맛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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