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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04. 2024

조카와 체력싸움

조카와 카페에서 놀기

마음 같아선 조카를 매일 보고 싶지만 이런저런 상황으로 자주 보는 건 쉽지 않다. 이번에도 오랜만에 봤는데 아이들 크는 속도가 빨라서인지 조카도 쑥쑥 커 있어 볼 때마다 놀란다. 한동안은 걷는 연습을 한다고 자주 넘어진다고 하더니 이번에 보니 걷는 것도 모자라 아주 뛰어다니고 있었다.




조카와 카페에 갔다. 자꾸 걷고, 아니 뛰고 싶어 하는 조카 때문에 공간이 비교적 넓은 구석자리에 앉았다. 잠깐 앉아 있으라고 과자와 장난감을 주며 타일렀지만 다리를 차고 온몸을 비틀어서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니 뛰쳐나가버렸다. 나도 덩달아 같이 뛰어 나갔다.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데 앉는 건 포기다.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사람들이 없는 공간으로 유도해가며 제지를 했다. 쉴 새 없이 다니는 통에 같이 뛰어다닌다고 바빴다. 거기다 조카를 잡으면서 걸으려면 허리를 숙이고 걸아야 하니 보통 쉬운 게 아니었다. 내 체력은 점점 소진되어 가는데 조카는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아예 사람들이 없는 야외공간으로 데리고 나갔다. 뛰어다니라고 데려다 놨더니 더운지 들어가고 싶어 했다. 참 맘 같지 않다.


음료는 주문했지만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무슨 맛이였는지 느낄 새가 없었다. 마시고 좀 앉아 있으려고 해도 달려 나가는 통에 어찌나 바쁘던지.


돌아오는 길에 조카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씻고 자야 해서 깨웠는데도 미동도 없었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던지 에너지를 다 쓴 것 같았다. 나는 어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조카처럼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졸음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조카도 나도 완전 뻗어버렸다. 저녁도 안 먹고 자다가 느지막이 일어나 먹을 걸 찾았다. 분명 점심을 먹고 음료도 마셨는데 배가 텅 빈 기분이었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안 먹던 간식까지 먹고서야 배가 찼다. 조카도 밥도 안먹고 계속 잤다고 한다.


아직 어린 조카인데 놀아주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더 크면 어떨지 상상이 안된다. 얼마나 많은 체력이 있어야 할까. 건강을 위해서 기도 하지만 조카랑 놀아주기 위해서라도 얼른 체력을 키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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