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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16. 2024

나도 먹고 조카도 먹고

부드러운 계란 야채죽

동생네가 온다기에 먹을 걸 느라 아침부터 분주했다. 전과 잡채를 조금 만들었다. 그리고 따로 더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조카를 위한 밥이다.




조카가 밥을 조금씩 먹고 있긴 하지만 아직 어려서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필요했다.  잡곡이라 조카가 먹기엔 힘들 것 같았다. 이럴 땐 부드러운 죽이 최고다. 밥과 반찬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고, 푹 끓이니 먹기도 좋으니까 안성맞춤이었다.


을 하기 전에 제일 먼저 쌀 한 컵에 물을 부어 불렸다. 그리고 물 두 컵 정도를 볼에 부어 말린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우려냈다. 채소는 양파, 당근, 브로콜리를 준비했다. 다 합쳐서 반의 반주먹도 안 되는 양이지만 조카가 먹을 거라 아주 곱다져야 한다. 그래서 다지기 도구를 사용했다. 몇 번의 작동으로 순식간에 조각이 났다. 손으로 다지는 것보다 훨씬 곱고 았다. 다진 채소는 작은 냄비에 참기름을 넣고 볶다가 불린 쌀 넣어 같이 볶았다. 맛국물을 붓고 약불로 줄인 후 저어가며 뭉근하게 끓였다.


거의 다 익었을 때쯤 계란을 풀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부은 후 불을 껐다. 데친 브로콜리 색감 더해주었다. 간은 간장, 액젓을 조금 넣고 소금으로 전체적인 간을 했다. 맛을 보니 약간 심심하니 조카가 딱 먹기 좋을 것 같았다. 조카가 죽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동생네가 왔다. 조카는 조금 전에 간식을 먹어서 밥은 조금 있다가 먹는다고 했다. 우리들끼리 먼저 밥을 먹었다. 쉴 새 없이 돌아다니는 조카 때문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정신다. 그런데 조카는 금방 에너지가 떨어져 시무룩해졌다. 칭얼거리며 잠투정을 시작했다. 밥이고 뭐고 잠이 먼저였다. 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리 없는 조카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차갑게 식은 죽을 통에 담아 동생네 나가는 길에 손에 들려주었다.


얇게 다졌더니 조카만큼이나 작고 귀여워진 채소들


양이 많아 통에 담아주고도 반이 남았다. 내일 내가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다행히 나는 죽을 좋아한다. 조카 주려고 만든 죽이지만 가 먹을 죽도 생겨서 기쁘다. 다음에는 꼭 같이 얼굴을 보면서 나눠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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