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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06. 2024

엄마의 정원

화분 분갈이 하기

베란다에는 엄마의 작은 정원이 있다. 이곳에 이사오기 전부터 기르던 식물부터 중간에 구매한 식물들까지 저마다 집에 온 시기도 사연도 다양하다. 한 때는 20개가 넘기도 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사라지고 몇 개 화분만 남았다. 




엄마는 식물을 좋아하신다. 식물에 물을 주실 때면 물방울이 맺힌 식물들이 웃고 있는 것 같다며 좋아하신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오래된 군자란에서 꽃이 핀 적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시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엄마가 식물을 좋아하게 된 건 할머니의 영향이 크다. 할머니는 마당에 많은 식물들을 키우셨는데 얼마나 애지중지 잘 키우셨는지 언제 봐도 파릇하고 싱그러웠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자랐으니 엄마는 자연스레 식물이 좋아지셨을 것이다. 하지만 할머니와 달리 엄마의 식물들은 잘 자라지 못했다. 일을 하시게 되면서 점점 신경을 못쓰게 되었고 많은 식물들이 떠나갔다. 지금 있는 식물들은 굳건히 남아 엄마 곁을 지키고 있는 아이들이다.


화분 정리를 할 겸 엄마와 함께 꽃집에 갔다. 분갈이를 한지 오래되기도 했고 남은 식물들을 이제라도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꽃집에서 보니 화분 상태가 처참했다.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화분에 금도 가고 뿌리는 뒤엉켜 흙에서 뽑히지도 않았다. 화분을 깨고 나서야 겨우 꺼낼 수 있었다. 한 식물은 너무 부실해서 같은 식물을 더 추가해서 풍성하게 해주기도 하고, 다른 식물은 잎이 너무 크고 늘어져서 정리를 해 균형을 맞췄다. 식물은 그대로인데 새 화분에 심어놓으니 인물이 훤했다. 다른 식물 같았다. 그렇게 군자란, 관음죽 2개, 문주란, 여인초가 새로운 자리를 찾았다.


남은 화분들이 있어 혹시나 해서 들고 갔더니 꽃집 사장님께서 식물을 몇 개 추천해 주셔서 심어왔다. 잎에 흰 무늬가 있는 호야와 분홍색 꽃이 흐드러지게 핀 구문초라는 아이를 데려왔는데 잎 식물만 있던 정원에 포인트가 되어 좋았다.


오랫동안 엄마 곁을 지키고 있는 문주란(잎이 너무 늘어져서 잠시 묶어둠)과 잎을 추가해서 풍성해진 여인초!


빈 화분들까지 정리하고 나니 공간이 쾌적해졌다. 칙칙하게 힘이 없던 공간에 싱그럽고 환한 에너지가 가득 했다. 꽃집 사장님이 알려주신 대로 엄마는 화분을 집에 들고 오자마자 물을 가득 주었다. 햇살 속에서 물방울을 가득 머금고 있는 걸 보니 엄마 말대로 정말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덩달아 미소가 지어졌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다니 이래서 식물을 키우는구나 싶었다. 엄마가 매번 무거운 화분을 베란다로 옮기며 힘들게 물을 주는 모습을 보고 화분을 없애라고 싫은 소리를 하곤 했는데 힘들어도 화분을 지키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엄마의 곁을 밝게 지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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