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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18. 2024

모양만 그럴싸하지만

두부로 동그랑땡 만들기

몇 년간 나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하고 맛있게 먹는 것이었다. 예전에 먹었던 음식은 맛은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았다. 입에 단 음식이 몸에 안 좋다고 하더니 딱 그랬다. 그런 음식들은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 당겼다. 특히 만들기 만만한 전을 자주 먹었는데 먹을 땐 좋아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서 늘 후회를 했다.




각종 채소를 밀가루로 반죽을 해서 고온에 튀듯이 구우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바싹 구우면 가장자리가 과자처럼 바삭해지는데 그 부분만 일부러 아껴뒀다가 먹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을 이렇게 먹지 않는다. 대신 전분을 조금 넣거나 계란물로 조절해서 만든다. 애호박 전, 버섯 전, 감자전 모두 밀가루 없이 만든다.


오늘은 동그랑땡을 도전해 봤다. 며칠 전부터 동그랑땡이 먹고 싶었는데 손이 많이 가서 미루다 드디어 만들게 되었다. 주재료는 두부다. 건강하게 만드려고 손두부를 준비했다. 많이 넣으면 고소하겠지 싶어 있는 대로 꺼냈다. 두부를 모아 면포에 싸서 물기를 짰다. 물기를 빼니 포슬포슬해졌다. 여기에 양파, 당근, 부추를 잘게 다져 넣었다. 간은 소금으로만 했다. 보통 전을 만들 때는 반죽에 바로 계란을 섞굽는데 이번에는 동그랑땡인 만큼 반죽 성형부터 했다. 안 뭉쳐질까 봐 전분도 조금 넣고 손에 힘을 줘가면서 동그랗게 빗은 후, 살짝 눌러 둥글넓적한 모양을 만들었다. 그런대로 모양은 잡혔지만 옮기다가 부서질까 봐 조심히 떠서 계란물을 묻혔다. 계란물을 묻힌 반죽은 중약불에서 서서히 구웠다. 겉에 있는 계란물이 노릇하게 굽혀서 금세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이 나왔다.


정말 모양은 그럴싸했다. 동그랗고 귀여운데 알록달록 채소가 점점이 보여서 예뻤다. 맛있을 거라는 기대가 마구 솟았다. 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예상에 못 미치는 맛에 젓가락을 놓았다. 간이 부족한가 싶어 간장소스에도 찍어먹어 봤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두부를 넣고 고기전을 기대했었나 보다.



양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먹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먹어야 했다. 재료를 썰고 모양을 만드느라 고생을 했는데 나라도 먹지 않으면 그 고생을 누가 알아줄까 싶었다. 김치도 올려 먹고, 며칠 전에 먹고 남은 양파절임도 듬뿍 얹어 먹었다. 평소 두부를 좋아해서 잘 구워 먹는데 너무 두부를 믿은 탓일까, 다음에는 재료를 더 보충해서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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