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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n 17. 2024

소박한 콩물볼

콩물 요구르트볼처럼 먹기

콩물을 샀다. 입이 심심할 때마다 한 모금씩 마시고 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 내가 콩물을 먹다니. 콩물이 싫어서 국수를 좋아해도 콩국수는 안 먹는데 이제는 콩물을 찾아 먹고 있다.

 




콩물은 국산콩을 진하게 짠 것으로 먹는다. 별첨처럼 들어있는 우뭇가사리는 덤이다. 콩물은 대부분 간을 간간하게 하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다. 수제로 만들기 때문에 맛이 진하고 구수하지만 유통기한이 짧다.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빠른 시일 내에 마셔야 한다.


콩물을 먹으려다가 문득 요거트볼이 떠올랐다. 콩물 색이 뽀애서 요거트와 닮아 보인 것이다. 요거트는 각종 과일과 견과류, 시럽 등을 올려 예쁘게 담아 먹는데 콩물은 그냥 컵이나 대접에 부어 물 마시듯이 후루룩 마신다. 이렇게 마시는 콩물이 친근하긴 하지만 예쁘게 먹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얼마든지 콩물도 변신이 가능해보였다. 얼른 과일과 견과류를 꺼냈다.


마침 아는 분에게 받은 수박과 멜론이 있었다. 요깃거리로 두고 먹는 아몬드와 캐슈너트도 남아있었다. 건포도는 당이 높으니 몇 개만 집었다. 과일과 견과류 모두 비슷한 크기로 잘랐다. 그리고 유리볼에 콩물을 반쯤 담고 부피가 비교적 큰 과일부터 넣었다. 요거트처럼 농도가 진하지 않은 탓에 자꾸만 가라앉아서 최대한 가운데를 중심으로 쌓듯이 얹었다. 견과류도 같은 방법으로 한쪽에 모아 넣었다. 건포도는 크기가 작아서 먼저 올린 과일과 견과류 위로 올렸다. 과일만으로도 당은 충분해서 시럽은 따로 추가하지 않았다.


숟가락에 골고루 언저 한 숟가락 떴다. 얼핏 보니 요구르트 화채 같기도 하다.


요구르트볼처럼 시크하고 힙하진 않지만 꽤나 먹음직스러운 모양이 나왔다.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달콤한 과일과 고소한 견과류가 같이 씹혀 식감도 좋고 맛도 훨씬 좋았다. 특히 크리미 한 캐슈너트가 콩물과 참 잘 어울렸다. 콩물은 그냥 먹어도 맛있는데 토핑을 얹어 먹으니 다채로웠다. 소박한 콩물이지만 예쁘게 잘 차려보니 소중해 보인다. 이제 콩물을 먹을 땐 요거트 먹듯이 예쁜 그릇을 고르고 토핑도 꼭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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