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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이니율 Jul 10. 2024

요리를 한다는 건

나와 누군가를 챙기는 일

요즘처럼 더운 날엔 부엌에 들어가는 것조차 망설여진다. 뭐라도 먹으려면 불을 켜고 데우고 볶아야 하는데 등에서는 땀이 줄줄 흐르고 먹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아, 그냥 시켜 먹을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맛있게 만들어진 날에는 마음이 바뀐다.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해진다.




요리가 소중하고 특별해진 것은 건강을 잃고 난 후였다. 그동안 몸이 신호를 보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먹던 대로 입에만 맛있고 단 음식들을 찾았다. 어떤 날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이유로, 어떤 날은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먹었다. 그러다 아프고 나서야 그 음식들을 멀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먹어볼 거라고 이리저리 찾아가며 요리를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요리를 좋아한다. 가끔 너무 귀찮고 힘들 때도 있지만 억지로라도 하다 보면 즐기고 있는 나를 보게 된다. 아직 초보지만 몇 가지 최애메뉴들도 생겼다. 내가 만드는 음식은 일반 음식보다 맛이 덜한데 몇몇 음식은 가족이나 주변분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김밥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야채죽이다.


오늘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만들었다. 동생네를 위해서다. 더운 날씨 탓인지 컨디션도 안 좋고 밥맛도 없다고 하니 뭐라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럴 땐 내가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요리를 하려고 마음먹고 냉장고를 열었는데 조금 막막했다. 김밥은 전날 김밥거리를 만들어둬서 만들기 힘들진 않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임이 틀림없다. 죽도 그렇다. 쌀을 미리 불려야 하고 다시마물도 우려야 한다. 채소 썰기도 은근히 오래 걸린다. 그래도 동생네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이거 먹고 잘 이겨내라고, 얼른 나으라고 말이다.


김밥과 죽을 파는 곳은 흔하다. 맛도 참 좋다. 그에 비해 내가 만든 것은 부족하고 모양도 엉망이지만 간을 조절했으니 건강에 더 좋을 거고 아끼는 마음을 듬뿍 담았으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엉조림이 빠져서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는 최애 메뉴, 김밥!


조카가 죽을 잘 먹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요즘 밥투정이 심한데 내가 만든 건 맛있게 먹었다니 너무나 기뻤다. 만들면서 느낀 고단함도 다 잊어버리고 내일 다시 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요리는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 즐거움을 몇 번 맛봤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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