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이니율 Aug 13. 2024

옹심이와 화해를

감자 옹심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감자 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만든 반죽을 완자처럼 둥글게 뭉쳐 만든 새알심을 말한다. 이 새알심을 강원도 방언으로 하면 옹심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게 감자옹심이는 어른들이 먹는 맛없는 음식이었다. 나에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싫어했고 누군가가 옹심이를 먹자고 하면 인상을 찌푸렸다.




감자옹심이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드는 새알심과는 다르다. 가장 큰 차이가 식감이다. 감자 특유의 쫄깃함이 있는데 밀가루의 쫄깃함과는 다르다. 밀가루 반죽이 찰지고 쫀득하다면 감자옹심이는 물컹거리면서 쫄깃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 이상한 식감 때문에 나는 감자옹심이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감자 옹심이가 참 맛있다. 밀가루를 자제하다 보니 좋아하던 수제비가 못 먹어 그리웠는데 대체음식으로 먹다 보니 옹심이가 맛있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옹심이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다. 수제비, 칼국수 집은 많아도 옹심이집은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한 곳이 있어도 외곽에 있어서 일부러 마음먹고 찾아가야 한다. 감자가 제철이라 싱싱하고 맛있고 마침 감자가 있으니 직접 만들어보자 싶어 나섰다. 그래, 오늘은 감자옹심이다!


먼저 감자부터 다듬었다. 껍질을 까고 홈이 파인 부분을 깨끗이 도려낸 다음, 강판에 갈았다. 믹서기에 갈아도 되지만 쫄깃하고 식감이 있는 옹심이를 원한다면 강판에 가는 것이 좋다. 호기롭게 시작은 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후회했다. 감자는 생각보다 잘 갈리지 않았고 힘 조절을 못해서 팔이 저리고 아팠다. 어찌어찌 감자 갈기를 마무리하고 면포에 싸서 물기를 꽉 짰다. 나온 물은 그대로 뒀다가 층이 생기면 윗물은 버리고 가라앉은 녹말만 다시 감자에 넣는다. 그러면 더 쫄깃하게 먹을 수 있다.


물기가 빠져 두부 같아진 감자반죽에 감자전분을 추가하고 소금 간도 약간 해준다. 감자로만 반죽을 만들기에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전분을 추가해 주는 것이 좋다. 반죽은 조금씩 떼어 새알심을 만들듯이 동그랗게 뭉쳐 모양을 만들어준다.


옹심이가 만들어졌으니 국물을 끓일 준비를 한다. 양파, 대파, 애호박, 당근을 얇게 썰고 다시 멸치로 국물을 우린다. 다시 국물이 어느 정도 우러나오면 멸치는 건져내고 옹심이를 넣고 잠시 둔다. 옹심이 겉이 익어 모양이 잡히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소끔 끓으면 채소를 모두 넣고 계란도 풀어 넣어준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청양고추도 넣는다. 간은 액젓과 소금으로 하고 다진 마늘을 조금 넣어 감칠맛을 더해주면 완성이다. 이런 맑은 국물 요리는 담백하지만 자칫 밋밋할 수 있다. 먹기 전에 참기름, 깨소금, 김가루, 후추를 충분히 뿌려주자. 맛이 업그레이드가 되는 마법의 재료다.


옹심이 반죽을 만들다가 하마터면 포기할뻔했지만 끝까지 완성하고 보니 뿌듯했다. 감자옹심이는 투명하면서 포슬포슬하게 변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국물 한번 떠먹고 옹심이 두 개를 입안에 가득 넣은 다음 익은 김장김치 한 조각 곁들이면 꿀맛이다. 더운데도 땀을 뻘뻘 흘려가며 맛있게 먹었다. 


투박하고 동글동글 귀여운 모양이 매력인 감자옹심이! :)


이렇게 잘 먹을걸 예전에 감자옹심이를 멀리했던 때가 후회된다. 감자 양이 애매해서 다 만들어서 양이 2인분 가까이 되었는데 다 먹었다. 이제 내게 옹심이는 낯설고 싫은 존재가 아니다. 친숙하고 반가운 존재다. 감자옹심이에게 화해를 청한다. 이제 자주 보면서 잘 지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색다른 여름 보양식을 찾는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