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버섯 조림
며칠 무리를 했더니 몸이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왔다. 어깨는 무겁고 눈은 침침하고 온 몸에 힘이 없었다. 몸이 이러니 마음도 엉망이었다. 집중은 안되고 자꾸 쓸데 없는 생각만 났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강제 휴식을 했다. 쉬는 김에 밥을 좀 일찍 먹자 싶어 냉장고를 뒤져보니 두부가 보였다.
두부는 조리하기 참 좋은 재료다. 국에 넣어 국물을 끓여도 되고 바삭하게 구워서 구이를, 으깨서 전을 만들어도 좋다. 뭘 만들까 고민하다가 매콤한 조림이 생각났다. 귀찮아서 두부는 거의 구워먹었는데 이번에는 번거롭더라도 나를 챙기고 싶었다. 그래서 손이 가는 조림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재료를 다 꺼낸 후, 두부는 면포에 단단히 눌러 물기를 잘 제거한다. 그리고 오일을 두른 팬에 올려 앞, 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잘 구워진 두부는 잠시 접시에 옮기고 다른 재료를 다듬는다. 양파, 대파, 청양고추를 썰고 표고버섯도 준비해서 잘게 썰었다. 표고버섯도 두부처럼 조림에 워낙 잘 어울리는 재료라 같이 넣어주면 풍성해져서 좋다. 양념장은 진간장, 국간장, 매실청, 고춧가루, 원당, 물을 넣고 잘 섞어 만든다. 예열한 팬에 다진마늘, 양파, 대파를 넣고 볶다가 버섯도 넣고 같이 볶는다. 여기에 만들어둔 양념장을 붓고 구운 두부를 올려 조린다. 한소끔 끓고 국물이 어느정도 남아있을때 불을 끄고 마무리한다.
이렇게 완성해도 되지만 매콤한 맛을 좋아한다면 청양고추를, 깊은 맛을 내고 싶다면 다시용 멸치 3~4조각을 넣으면 좋다. 마지막에 깻잎을 얇게 썰어 올리면 향긋해서 풍미가 좋아지니 추천한다.
매콤한 것을 먹으니 기운이 다시 나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몸이 안 좋아도 참고 열심히 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하고 무리가 되더라도 참았는데 요즘은 몸을 먼저 챙기는 것이 맞다 싶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안좋다고 느껴지면 억지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몸도 마음도 전환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 잠깐 눈을 감고 있거나 음악을 듣거나 물이라도 일부러 뜨러 간다. 그리고 제대로 된 밥을 챙겨 먹는다.
오늘 먹은 두부조림도 그런 다짐에서 나온 것이였다. 만드는 시간이 지연되면서 피로를 오히려 더하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먹고나니 든든하고 매콤함에 기분이 좋아지니 잘했다 싶다. 다음에도 기운이 없고 에너지가 바닥나면 빨갛게 조린 두부버섯조림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