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밟아본 바닷가
여름휴가로 바닷가에 다녀왔다. 바닷가에 가긴 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그냥 멀리서 보다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니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제 가면 올해는 바다에 다시 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래를 밝고 바닷물 쪽으로 걸어갔다. 햇빛은 아주 뜨겁고 발이 푹푹 빠져서 뒤뚱뒤뚱 걸어야 했지만 바다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설레기 시작했다.
멀리서 보면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파도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움직이는 모습도 아주 잘 보였다. 특히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이 너무나도 예뻤다. 멀리서도 반짝임이 보였을 테지만 가까이서 보는 건 달랐다. 더 선명하고 눈이 부셨다. 바다에 빠져서 한참 보고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그분들을 보니 욕심이 났다. 이왕 온 거 발이라도 한 번 담가보자 싶었다. 그래서 신발을 벗고 물이 닿는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
파도에 적셔져 촉촉해진 모래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꽤 단단하게 뭉쳐져서 꺼지지도 않고 발자국도 나서 재미가 있었다. 그 순간 파도가 싹 하고 들어오면서 발에 물이 닿았다. 나도 모르게 시원하다는 말이 나왔다. 차가운 것이 아니라 기분 좋게 시원했다. 이래서 맨발로 걷는구나 싶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중간중간 밀려오는 파도에 시원해지고 모래가 들어왔다가 씻겨져 갔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신나게 걷다가 나가려는데 아차 싶었다. 손수건은 물론 닦을만한 것이 없다는 걸 안 것이다. 갑자기 준비없이 왔으니 없는 것이 당연했다. 젖은 발로 다시 신발을 신을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방법은 없었다. 크게 한숨 들이켜고 신발을 신고 바깥 쪽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예상대로 모래가 들어와 발이 까끌거렸지만 나가서 발을 씻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참고 걸었다. 그런데 발 씻는 곳이 보이지 않았다. 더 걸어가야 한다는 표지판만 있었다. 더 걸을 힘이 없었다. 그냥 털썩 난간에 앉아 신발을 벗고 발을 말렸다. 다행히도 더운 날씨 덕분에 발이 빠르게 말랐고 예상보다 쉽게 모래가 떨어졌다.
걱정한 것과 달리 뽀송한 발로 바닷가를 벗어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었다. 멀리서 봤으면 이렇게까지 추억하지 못했을 거고 감동이 없었을 것이다. 비록 젖은 발로 나오느라 고생은 했지만 이 또한 추억이라 생각한다. 이제 바다에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다음에도 바다가 보이면 고민 말고 뛰어들어야겠다. 수건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