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그려 만드는 계획표
어렸을 때 방학이 되면 하루 계획표를 만들었다. 자는 시간, 노는 시간, 공부 시간 이렇게 나눈 단순한 계획표였지만 만들고 나면 뿌듯했다. 그 이후로 한참 만들지 않다가 요즘 다시 하루 계획표를 만든다.
하루 계획표는 하루를 좀 더 계획적으로 보내기 위해 시간에 따라 일정을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취침, 업무, 휴식, 식사 등으로 나누어 기록한다. 표나 원을 그려서 기록하는데 하루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유용하다. 어렸을 때 계획표를 만들었는데 크면서 점점 만들지 않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정해진 스케줄이 있었고 회사를 다닐 때는 '나인 투 식스'라는 업무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 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하루의 의미를 깨닫고 좀 더 애정을 주며 살고 싶어 계획표를 다시 만들게 되었다.
표를 만들어 시간순으로 나열하기도 하지만 원형으로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시계 모양 같아서 친근하고 보기가 좋아서다. 원에 오전, 오후를 모두 넣어 24시간으로 나누어 기록한다. 먼저, 취침시간과 식사시간을 표시하고 빈 자리에 할 일들을 넣는다. 이렇게, 저렇게 그리고 지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다 됐다 싶으면 마음에 드는 색으로 색칠을 한다. 내 손으로 하루를 그린다는 것이 신기하고 재밌다.
계획표를 만들다 보니 시간별로 나누고 그리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천할 수 있는 계획표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몰랐다.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어떤 시간에 무얼 할 때 집중이 잘되는지 알지 못했다. 일단 하나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맞지 않는 부분은 계속 고쳐나갔다. 지금 보고 있는 계획표는 5번째 계획표다.
5번을 지나고 나니 나름 노하우도 생겼다. 업무시간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더 길게 잡는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여유 있는 게 좋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넣는다. 일정을 돌아볼 수 있고 혹시나 미뤄진 일정이 있으면 맞출 수 있다. 일정을 아예 지키지 못하게 되면 유동성 있게 시간을 합치고 늘려서 조율한다. 계획한 시간보다 짧아졌더라도 조금이라도 하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그러다가 안 맞다 싶으면 계획표를 또 수정한다.
계획표를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다. 계획표대로 잘 되는 날보다 아닌 날이 더 많아진 걸 보니 다시 고쳐야 할 시기인가 보다. 고치다보면 내게 맞는 계획표를 만들 수 있겠지. 새 계획표를 그리기 위해 라인선을 잡았다. 더 그려도 좋으니 나에게 맞는 계획표가 얼른 나타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