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용기 내다

포장 용기 준비하기

by 샤이니율

생활 속 에코 실천으로 텀블러, 손수건, 에코백을 사용하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일회용품을 가끔 쓰기도 하지만 되도록 다회용품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중에서 용기가 없어 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용기 내기'다.




'용기 내기'는 음식 포장을 할 때 일회용품 대신 집에서 가져온 용기를 내고 음식을 담아 오는 것을 말한다. 일회용품은 가볍고 간편하지만 내용물이 세기도 하고 음식이 남으면 재포장하기 어렵다. 반면 집에서 가져온 용기는 튼튼하고 음식물이 남더라도 그릇째 들고 오면 되니 걱정이 없다. 뜨거운 국물을 담아야 할 때도 상대적으로 덜 뜨겁고 안전하게 담아 올 수 있어 좋다. 무엇보다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으니 환경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용기 내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음식 포장 시스템이 있거나 재료 특성상 기존 포장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도 하고 바쁜 시간이면 따로 용기에 담는 걸 꺼려하는 가게가 많다. 일회용기에 담으면 손님이 오기 전 미리 담아두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지만 용기를 담겠다고 하면 용기를 받고 담는 수고로움이 더해진다. 좋은 의미로 시도했다가 자칫 가게에,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혹여나 내키지 않는데 강요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하지 못했다. 그래서 포장은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그래도 '용기 내기'는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 좋아하는 샐러드 가게에 샐러드를 사러 나가면서 용기가 번뜩 떠올랐다. 미리 전화로 주문을 하면서 용기를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보고 가능하다는 답을 받고서야 가게로 출발했다. 가게에 도착하니 다른 포장 주문들은 이미 포장을 끝내고 대기열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나는 용기에 담아 가겠다고 했기 때문에 내 음식은 나와있지 않았다. 용기를 드리고나니 비로소 내가 주문한 음식이 포장되기 시작했다. 괜히 번거롭게 해드렸나 싶어 신경이 쓰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샐러드가 용기에 담겨 나왔다. 비닐봉지도 받지 않고 들고 간 에코백에 용기를 넣었다. '잘한 게 맞나'는 생각으로 얼떨떨하게 나가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환하게 웃으시면서 배웅해 주셨다.


용기를 내면 껄끄러운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다행히 샐러드 가게 사장님은 용기를 흔쾌히 받아주셨다. 집에 돌아와 용기를 보니 뚜껑에 '넉넉하게 넣었으니 맛있게 드세요'라는 예쁜 손메모가 있었다. 용기를 내서 용기를 들고 왔지만 괜한 일을 했나 걱정이 되었는데 메모를 보자마자 그 걱정이 한 번에 날아가버렸다. 용기를 응원해준 사장님께 감사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샐러드 구성을 모르고 큰 통 하나만 가져갔다는 점이다. 소스나 곁들임 재료는 따로 작은 일회용 통에 담아왔다. 그래도 큰 용기 하나는 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KakaoTalk_20230928_232422136-2.jpg 통에 담아 온 샐러드를 먹으니 열 배는 더 맛있는 것 같다 :)


집으로 돌아와 뚜껑을 열고 그대로 샐러드를 먹었다. 기분 좋게 용기에 받아온 만큼 샐러드가 배로 맛있었다. 비록 설거지가 남아 있지만 쓰레기를 만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좋다. 가게가 바쁘지 않은 시간에 간단한 메뉴라면 용기를 내봐야겠다. 혹시 오늘처럼 반겨주시는 가게가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샐러드 사장님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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