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샌드위치

행복을 뺏기지 말자

by 샤이니율

볼 일이 있어 잠시 나왔다. 나간 김에 간단히 허기도 달랠까 싶었지만 집에 남아있는 빵이 있어 통에 담아 들고 나왔다. 물도 텀블러에 담았다. 똑같은 하루였지만 먹을 걸 챙겨 나가니 꼭 나들이하는 것 같아 신이 났다.




나오기 전만 해도 급한 일을 놓고 나오려니 불안해서 나가지 말까 싶었다. 그러다 잠시 틈이 생겨 이때다 싶었다. 배가 고파서 뭐라도 먹고 나가려다 오랜만에 나가서 먹자 싶어 먹을거리를 하나씩 챙겼다. 걸을 때마다 가방에서 먹거리가 담긴 통과 텀블러가 부딪쳐 경쾌한 소리가 났다.


예전에 일하러 갈 땐 도시락을 많이 쌌는데 오랜만에 도시락을 싸보려니 마땅한 통도 보이지 않았다. 예전에 쓰던 통은 다 어디로 간 건지, 적당한 통을 골라 물에 한번 헹궈서 물기를 빼두었다. 그동안 재료를 확인하고 채소가 없어 얼른 나가 양배추만 사 왔다. 오늘 도시락 메뉴는 샌드위치다. 양파를 채 썰고 계란도 하나 구웠다. 김밥에 넣으려고 만든 당근라페가 있어 추가했다. 빵 안쪽에는 얼마 전 브런치를 포장해서 먹은 후 남아있던 랜치소스를 발라줬다. 재료를 수북하게 담고 움직이지 않도록 랩으로 단단하게 싼 후, 먹기 좋게 반으로 잘랐다. 혹시 모자랄까 싶어 바게트 빵도 조금 잘라 넣었다. 금세 도시락 한통이 완성되었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선선해서 도시락 먹기 딱 좋은 날씨였다. 빨리 볼 일을 보고 도시락을 먹으려고 서둘렀다. 그런데 하나씩 일이 미뤄지고 갑자기 일이 생겨 처리하느라 해가 지고 말았다. 공원에서 여유롭게 먹고 오려고 했는데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해가 지니 마음이 급해 마시듯이 서둘러 먹고 돌아왔다. 그것도 건물 한편에 있는 나무를 보면서 말이다. 내가 원하던 넓은 공원은 아니지만 나무가 있으니 자연은 자연이네 싶어 웃음이 피식 나왔다.


KakaoTalk_20231007_194723735.jpg 소박한 도시락, 배가 고파서인지 맛은 최고였다.


아무리 힘들고 상황이 안 좋더라도 소소한 무언가를 만드려고 애쓰고 있다. 그대로 있지 말고 어떻게든 움직여보려고 한다. 그리고 집중할 거리를 찾는다. 잠시라도 현실에 떨어져 있으면 상황이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 많은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다. 오늘처럼 맛있는 빵에 자연풍경이면 충분하다. 나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슬퍼하지 말자. 행복을 뺏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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