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너츠

내게 힘을 주는 공간 만들기

by 샤이니율

내 공간에는 서류나 책,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로 주로 채워져 있다. 평소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할 것 같지만 잘 관리하지 못하고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 거의 치워버렸다. 치운 물건 중 1순위는 인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디선가 받거나 사온 인형들이 서랍장 한 가득일 정도로 많았는데 이제는 인형을 사지 않는다. 인형은 꼭 감정이 있는 것 같아 버릴 때도 많이 힘들었다.




그런 나에게 작은 피규어 2개가 생겼다. 딱 1년 전 이맘때쯤 구매한 것이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던 그때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있었다. 가만히 있으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커져 가방을 대충 챙겨 나왔다. 그날은 요즘 날씨처럼 쾌청했다. 하늘은 파랬고 구름은 이보다 더 하얗순 없을 정도로 흰색이었다. 바람도 선선해서 금방 기분이 나아졌다. 평소 가고 싶었던 브런치 가게에 갔다. 사람이 많아서 웨이팅 등록을 해두고 밖에서 기다리며 하늘을 한참이나 봤다. 가을이라서, 날씨가 좋아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순서가 되어 브런치를 맛있게 먹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조금 걷다 보니 작은 소품가게가 보였다. 평소 같으면 '사지도 않을 거 뭐 하러 구경하냐.'며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들어가 보고 싶었다. 가게 안에는 온갖 캐릭터 굿즈와 다꾸용품들이 가득했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러다 카운터 쪽에 있는 피너츠 피규어를 발견했다. 피너츠는 스누피로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이다. 내가 어렸을 때도 있었으니 꽤 오래된 만화다. 만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콜라보해서 나온 문구나 생활용품들을 많이 접해서 꽤 익숙해져 있었다. 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날따라 피너츠 피규어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


KakaoTalk_20231004_194847793_02.jpg 언제나 웃어주는 귀여운 피너츠 캐릭터, 스누피와 루시


피규어들이 내게 응원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서 제일 마음에 드는 스누피와 루시를 골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집에 와서야 루시의 몸이 다른 캐릭터와 바뀌었다는 걸 알았다. 어쩐지 캐릭터가 담긴 박스에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있더니 그중 하나를 잘못 가져온 게 분명했다. 다시 돌아가기도 늦었고 오히려 그 모습이 좋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스누피와 루시는 그날부터 책장 가장 가까운 곳에 놓여있다. 웃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힘든 마음에 보면 위로가 되어주기도 한다. 다 괜찮다고 잘 될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아주 작고 귀여운 피겨일 뿐이지만 생각지 못한 에너지를 준다. 나만을 위한 존재를 만들어 두니 기분 좋은 일이 계속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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