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산책하기

걸으며 내게 집중해 보기

by 샤이니율

오후에 잠깐 나갔다 오려고 했는데 일이 늦어져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틀렸구나'하고 낙심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나가보자!'하고 나섰다. 밤에 나가는 산책은 오랜만이었다.




오전에만 해도 일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나갔다 오면 되겠지 했는데 일은 내 맘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업무 전달이 조금씩 늦어지고 수정도 여러 번 하다 보니 예상시간보다 훌쩍 지나있었다. 눈은 갈 곳을 잃고 멍해졌고 마음도 지쳐있었다. 어찌 마무리가 되고 나니 5시가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가끔 나를 살펴보고 뭐가 먹고 싶은지, 뭐가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그러다가 햇빛을 쬐어줘야겠네, 조금 걷다와야겠네 하면서 나를 챙기기도 한다. 한 달에 몇 번 정기적으로 보살피는 날을 만들어두기도 했지만 며칠 무리했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위안이 필요해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한다. 그 위안이 절실했다.


요즘 낮이 부쩍 짧아져서 5시가 넘어가면 해가 넘어가기 시작한다. 나가기로 결심을 하고 나니 더 조급해졌다. 오늘 말고 내일 갈까 싶다가도 미루면 내일도 못 갈 것 같아서 얼른 나갈 준비를 했다. 외출복을 입고 대충 마스크를 끼고 나왔다. 보통 볼 일을 보거나 업무 미팅을 할 때도 낮에 하기 때문에 밤에는 나올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만난 밤의 온도가 낯설었다. 긴팔을 입고 나오긴 했지만 며칠 더 있으면 외투를 걸쳐야 할 것 같았다. 산책을 하기 시작하니 마음이 조금씩 비워졌다. 주위를 구경하며 잠시 일상을 잊기도 했다. 나오기 전에 복잡해도 이렇게 걸으면 이상하리만큼 기분이 나아진다. 그래서 힘들어도, 무리가 되더라도 나오려고 한다. 시간이 늦어 근처 길만 걸었다. 금세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조명이 켜지고 어느새 불빛들이 거리를 채웠다.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맑은 날 낮에 보는 것만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조명에 비친 나무와 하늘도 예뻤다. 낮의 하늘은 맑고 설렌다면 밤의 하늘은 그윽하고 차분했다. 낮동안 바삐 움직이던 자동차와 사람들의 움직임도 줄어드니 약간의 평화가 찾아온 것 같았다. 산책은 밤에 나와도 좋았다. 언제 나오든, 어떤 형태든 산책은 늘 좋은 것 같다. 밤 산책도 한 번씩 해야겠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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