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 있어서 즐거운 나날은 얼마나 될까,
행복한 나날은 얼마나 될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늘 있어오던 일상에 대한 고마움을
얼마나 느꼈느냐가 좌우할 것 같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지만, 늘 있기 때문에 내가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들은 따지고 보면 참 많다.
공기, 흙, 물, 나무, 하늘, 사계절, 새소리...
나의 남편도 그 중 하나다. 공기처럼 늘 옆에
있었기에 존재의 고마움을 몰랐으나
상실을 상상한 순간 두려웠다.
그는 늘 내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내 블로그는 그의 멋진 사진으로 더 풍요해졌다.
그는 현대적 기기에 대한 나의 무지를 채워주었고,
몇년 전, 잃어버린 나의 한쪽 청력을 보충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다고 한 곳은 꼭 데려다 주었다.
함께 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이켜 보니
최근 우린 꽤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기를
쓰기 위해 박물관을 세 번 다녀온 일,
남편은 도자기의 매력에 빠져 즐거워했다.
부여여행, 순천여행, 고궁산책, 영화관람,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신 그 많은 커피.
노년의 입구에 서서 맞이한 그 홀가분하고
고즈넉한 시간들을 그 땐 왜 즐기지 못했을까.
불안하게 그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어서야
그 시간들은 행복한 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다니.
남편이 입원 했지만, 병원의 방역이 워낙 철저하여
오직 한 명의 보호자만 허락했다. 또 보호자를
교체할 땐 코로나 검사 확인 등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서 딸들이 나를 대신하여 아빠를 지켰다.
20일 간,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이 허둥지둥하며 시간을 보냈다.
뭘 했는지 가장 뚜렷이 기억나는 것은
가족들과 카톡 대화를 많이 했다는 것,
그리고 혼자서 많이 걸었다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 다리가 저절로
걸어질 때 까지 걷는 것은 잡생각을
떨쳐내는데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늘 곁에 있는 식구에게 충실할 것,
늘 하던 일을 열심히 할 것.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준 친구들,
친지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것.
나의 모든 일상에 감사할 것.
인생은 크고 멋진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질주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 하루 살아 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이니까.
내 하루의 변함없는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는 만큼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