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커피의 종류가 다양하고 매니아 층이 있듯이
요즘은 맥주 또한 그렇습니다.
맥주 매니아는 아니어도, 내가 마시고 있는 맥주의
정체 정도는 알고 마시는 것이 더 즐거울 것 같아
이 책, 만화로 보는 맥주의 역사를 읽어 보았습니다.
이 책은 맥주의 기원에서 부터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맥주의 위상과 기능, 다양성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려줍니다. 만화라서 전문서적에서
오는 부담감이 훨씬 덜해요.
책의 앞부분에서 내 눈길은 끈 문장은
맥주는 액체로 된 빵이다.
맥주를 단단하게 굳히면 빵이 된다는 것이었어요.
즉 맥주는 곡물, 효모, 물로 만들어진 것이고
식량의 개념이었다는 것이지요.
오늘날의 맥주는 싹틔운 보리, 물, 홉, 효모로 만듭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농업을 하면서 맥주의 역사가 시작된것이예요.
묽은 죽을 잘못 보관하여 공기중의 효모가 들어가 발효가
시작되고 알콜이 생겨난 것이죠.
그리스 로마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것을
야만적인 행동이라 했어요.
왜냐하면 그리스, 로마에서는 곡류보다 포도가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에 포도주를 많이 마셨거든요.
로마가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지배자가 되자 돈과 지식,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맥주보다 포도주를 마셨고
맥주는 하층민의 음료가 되었습니다.
중세에는게르만인들이 통치하면서 여러나라들로
쪼개지고 남유럽 지중해에서 포도주가 올라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알프스 산맥 북쪽에는 포도가 재배되지 않으니까
맥주가 다시 대세를 이루었지요.
알프스 북쪽사람들은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매끼 마셨고 어린이들도 마셨습니다.
이 당시엔 콜레라를 비롯한 질병이
물을 통해 퍼져나갔는데 맥주는 끓이지 않고는
만들 수 없었으므로 안전했습니다.
맥주는 빵과 같은 필수품이었고 물이었습니다.
수도원, 수녀원에서도 맥주를 만들었어요.
수도원마다 각각의 레시피가 있고, 민간에서도 개별적인
비법이 있을테니 무척 다양한 맛, 다양한 재료의
맥주가 있었겠지요. 이러한 맥주를 에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820년 경 수도원과 수녀원에서 홉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홉은 맥주의 쓴 맛을 내고 보존 기간을 엄청 늘리는 재료예요.
1200년경 홉이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새로운 세력
즉 상인 계층이 성장 했지요. 그들은 홉맥주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휩쓴 이후,
인구는 줄고 노동자의 지위는 올라갔습니다.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인쇄술의 발명으로 맥주에 관한
책도 출판이 되자 양조자도 장비에 재투자하여
노동력 부족을 메꾸었습니다.
이제 직업적으로 양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상업적
맥주가 등장하기 시작했지요.
19세기 초, 독일인 양조업자가 새로운 효모
(낮은 온도를 견뎌낸 효모가 돌연변이를 거쳐 새로운 종이
된 것)로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발효가 보다 깔끔하고
부산물도 적어 한층 부드럽고 상쾌한 맥주였지요.
이것이 라거맥주입니다.
19세기 많은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주로 노동계급이나 중산층이었는데
다양한 맥주 공법이 아메리카로 건너간 것이죠.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엄격한 기독교적 윤리관을 가진
사람들이라 음주를 사회악으로 여겼습니다.
처음엔 그들도 맥주는 대체식량으로 여기고
진, 럼, 위스키 등을 금지했는데
점차 맥주까지 금지하는 금주운동이 일어납니다.
특히 모니커 개리네이션이라는
여성은 도끼를 들고 맥주통을 부수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납니다.
독일 출신 미국의 맥주 큰손들은
전쟁 중에도 독일과 탄탄한 연계를 맺고 있었어요.
1917년 미국이 참전하자 독일은 적국이 되었고
금주법을 제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1919년 제정된 금주법은 알콜 0.5 이상은 금지하는
법이었는데 법의 집행이 제멋대로고,
단속에 들어가는 예산도 부족하여 부패와 뇌물이
판을 쳤습니다. 결국 갱단, 사기꾼, 밀수업자,마약상이
성장하게 되었죠.
1929년 대공황이 일어나자 맥주를 합법화 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아
1933년 금주법은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금주법 기간동안 소규모 지역
맥주회사들은 버틸수가 없었지요
결국 거대 맥주회사들만 살아 남아
경쟁 회사를 차례로 인수 했습니다.
그들은 라거맥주 공장을 계속 지었으며
자동화 더 나아가 컴퓨터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맥주를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이런 맥주를 소비하면서
모든 맥주가 비슷해졌습니다.
쓴맛이 거의 없는 무난한 맛에 가볍게 마시기
좋은 황금빛의 대량 생산된 라거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 다양한 맛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있었고 1976년 미국의 첫 번째 소규모 양조장
뉴 앨비온이 창업 됩니다. 이곳에서 에일과 포터,
스타우트를 소규모로 만들었는데
후대에 수많은 크래프트양조장이 탄생하게 되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에일 맥주가 무척 당겼어요.
그래서 국산 크래프트 맥주인 제주 맥주의
펠롱에일을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캔에
펠롱은 "반짝"이라는 의미의 제주 방언입니다. 다
양하고 개성있는 홉을 블랜딩하여 반짝이는 시트러스 향을
느낄 수 있는 제주스러운 페일 에일입니다.
라고 써있네요.
그리고 미국 Brooklyn Brewery와 제휴했다고 써있어요.
이 책을 읽기 전엔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이젠 이해 하겠네요. 미국 크래프트 맥주 회사와 제휴했고
제주의 지방색을 강조한 맥주라는 것을요. 펠롱이 외국어가
아니고 제주 방언이라는 것도 신선했어요.
확실히 라거와는 다른 개성이 있는 맥주네요.
Hop의 쓴 맛이 강하면서 상쾌한 향이 있어요.
라거에 길들여진 맥주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다양한 맥주의 맛을 탐색하고 즐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