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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시온 Aug 14. 2020

명상 - Mindfulness

전시회 관람 후기


오랜만에 미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고, 

한때 명상은 나의 구원이기도 했으므로

갤러리 피크닉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예약을 했다.


회현역에서 내려 얼마 걷지 않아 도착했는데 

비밀스러워 보이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쁜 꽃들이 맞이 하는 갤러리 입구가 나왔다.


코로나 19로 시간대별 예약을 받고, 

입장시에 소독을 철저히 하며

전시장 마다 스텝이 서서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그래서 전시장 앞에서 매번 기다렸다가 입장했는데

오히려 그러한 점이 "명상"이라는 전시회의 취지와도 맞고

조용하고 침착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서 좋았다


모든 작품이 좋았지만, 내게 좋았던 몇 가지만 소개해야겠다.



바르도

첫 번째로 들어간 전시실에서 마주한 이 작품은 

아직도 여운이 남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바르도의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둣 하다.

바르도란 죽음과 환생 사이의 중간계를 일컫는 말인데

작가인 차웨이 차이는 티벳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하였다 한다.


이 책에 따르면 죽음에 이른 사람의 의식은 

살면서 보고 겪은 일들, 사람과 사건들의 

환영에 사로잡혀  지난 삶을 붙들기 위해 

49일 동안 이 세계에 더 머무른다고 한다.


그래서 죽은 자의 영혼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티벳 사자의 서를 소리내어 읽어준다고 한다.

영혼이 육신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고 떠날 수 있도록.


작품은 하얀 재가 바닥에 깔려 있고 그 위에

화면으로 문자가 나오고 목소리가 나오는데

엄마를 떠나 보낸지 얼마 안된 지라,

엄마가 저 길을 가셨겠구나하며 

엄마와 바르도를 동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엄마를 속박하던 모든 것을 훌훌 벗어던지고 

가볍게 향기만 남기고 떠나셨길.


문구 중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신과 성인은 네가 만들어 낸 것이다.

신과 성인이 있으면 악귀도 있는 것이니 

모든 것은 허상이다".


문장을 정확히 암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 말은 얼마나 나를 홀가분하게 하는지.



숨쉬는 공간

마르코 마로티라는 작가의 작품이다. 

지친 몸과 마음을 꼭 안아주는 듯 위로를 받았다.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거대한 설치물 속에서 경험하게 하는 것인데


아주 느리게 부풀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구조물 속에서 우퍼들이 뿜어내는 베이스

주파수의 음향과 더불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구조물이 줄어들어 내 몸을 꽉조일 때,

 나는 거대한 존재에 의해 포옹을 받는 듯하여

마음을 푹 놓고 기대었다.



순례자의 길

작가 자오싱 아서 리우는 딸을 잃은 

슬픔에 빠져 지내다가


불교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은 것을 계기로 

티벳 여행을 떠났다.


라사에서 출발하여 티벳고원,

 에베레스트를 지나는 대장정에는 

성스러운 산 카일라시 주변을 걷는 

순례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4일간의 순례를 기록한 작품이다.


벽면 전체를 가득 채운 화면에 

순례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일인칭 시점 카메라여서 

마치 내가 그 순례자인 듯 하다.


거치른 돌들, 

이미 그 곳을 지나간 순례자들의 흔적

저 높은 곳에 설산이 있고 

순례자는 온몸을 던져 오체투지를 한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한없이 겸손해 질 수 밖에 없는 인간이다. 

그곳에서 위로처럼 맑은 냇물이 유유히 흐른다.


전시장 내는 촬영이 안되는데 

촬영 할 수 있는 바깥 공간으로 나왔다.



맑은 하늘이 액자 속 그림 처럼 걸려 있었다.





그리고 맞이 하게 된 이 감격.

거치른 모래는 햇빛을 머금어 따뜻하다.

 그 위에 앉아 물을 바라본다.


어두운 실내에서 나온 터라 온몸에 내리쬐는 

햇볕이 그리 좋을 수가 없다.

행복했다.


마지막은 차를 마셨다. 자신의 마음상태에 따라 차를 고를 수 있다.



나는 머리속이 복잡하다 했더니, 솔잎차를, 

남편은 성격이 급하다했더니 귤피차를 권했다.





풍경이 걸려있는 찻집에선 남산의 신록이 보이고

 바닥엔 거치른 모래가 깔려있어

예전 사진에서 본 일본의 한 승려가 생각났다.


바닥의 모래를 계속 쓸고 있는 승려인데

 그 반복적인 행위자체가 참선이라고.


전시 작품중에도 그런 것이 있었다.


박서보 작가의 원 오브 제로가 그것인데 

물을 머금은 종이 위를 뽀족한 도구로


수없이 긁어 내어 완성한 작품이었다.

반복된 노동이 주는 무념무상과 그 결과물인 것이다.



현대미술은 관객이 직접 참여하여 

오감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이 신선하다. 

이 전시는 실속있고 알찬 전시여서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싶다.


전시 기간은 9월 2일 까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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