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돌핀

by 곽성숙


나이가 60줄에 들어서니
집 살림에 가게 살림하는 것만으로도

일이 벅찰 때가 있다.


그런데 거기에 다른 일이 보태어지면

그 피로가 회복되는 시간도 길어진다.

그런데 요즘 친정엄마가

노환으로 고통 중에 계시니

몸도 머리도 마음도 아주 복잡하고 힘들다.

나는 한때 엄청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극도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오른쪽 귓바퀴가 염증이 온 것처럼

쿡쿡 쑤시곤 했었다.


그러나 젊었을 때라 그런지

하룻밤 자고 나면 아픈 증세가 사라져 버리곤 했다.

며칠 전 오른쪽 귓바퀴가 다시 쑤시기 시작했다.

잠을 푹 자고 하루 이틀 지나면 나아지려니 했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수면제도 먹었다.


그러나 귓바퀴의 통증이 이제는

오른쪽 뒤통수로 옮겨가 쑤셔댄다.
통증 부위를 만지면 부은 것처럼 아프다.


통증이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다소 아픈 것이 약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아프고

약을 먹으면 또 좀 나아지다 다시 아프다.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머리에 어떤 불치병이라도 생긴 건가?

다음날
남편 생일이라고 시집간 딸과 아들네 식구가 왔다.
그런데 우리 온 식구의 주목을 받은 건

주인공 남편이 아니고 우리 손녀딸이 되었다.

울어도 예쁘고 웃으면 더 예쁜 손녀딸.
바라만 보고 있어도 내 맘엔 기쁨이 가득해진다.


가게 영업을 끝내고 손녀딸 볼 생각에

부랴부랴 집에 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딸이 손을 입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한다.

엄마 쉿. 조용히 해.

루아가 이제 잠들었어요.


실망.

피곤한데 잠이나 일찍 자야지.

그때 며느리 품에 안겨

해맑은 미소를 띠며 나오는 손녀딸.

잠투정을 하다 겨우 재웠는데
우리 부부의 현관문 여는 소리에

쪽잠을 자다 깬 것이다.

손녀딸은 자는 척하는 엄마를 내려다보며

나가자고 애원의 눈길을 보냈단다.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손녀가

걸음마를 시도할 때마다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손녀는 나와 남편에게 양손을 하나씩 잡게 하고는 거실을 달리듯 걸으며 신나 했다.


성모상 앞으로 기어간 손녀는

손을 모아 기도 하는 시늉도 한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여시가 따로 없다.


식구들이 모두 자신을 보며 즐거워하면

박수를 치면서 모두에게 박수 치라는 손짓을 하고
좋다고 손뼉 치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한다.


재롱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 보니

어느덧 12시가 되었다.


잠자리에 들어가서도 손녀의 재롱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난다.

다음날 아침
내 머리에 욱신거리던 통증이 사라졌다.


손녀딸의 재롱은

내게 웃음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주었고

웃음은 만병통치약이 되었나 보다.


우리 가정의 보배인 아이들은 우리의 엔돌핀이다.

엔돌핀 넘치는 가정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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