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전화만 와도 심장이 철렁

by N잡러

“이번 일이 일어난 상황을 알아보니 중학교 때 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알겠습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잘 지내던 어느 날 학교 학생 생활지도 교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또 생겼나 싶어 학교에서 연락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나더군요. 생활지도 교사는 학교 상담실로 오면 자세히 이야기해주겠다면서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습니다. 알았다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시간이 좀 지난 일이었습니다. 학기 초에 체육시간에 탁구를 팀별로 수행평가를 했다고 합니다. 다 끝냈는데 시간이 남으니 선생님은 자유 시간을 줬고 몇몇의 아이들이 서로 시합을 했답니다. 먼저 시합을 하자고 한, 같은 반 아이가 계속 시합에서 지니 돈내기를 제안했는데 결국 졌다고 합니다. 아들은 시합을 하지 않고 옆에서 구경만 했고요. 그 후 돈을 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왜 돈을 안주냐고 했나 봅니다. 용돈을 아직 못 받아서 그러니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고, 아들이 다른 친구들에게 ‘이제 그만 달라고 해라’라고 했답니다. 이야기를 다 듣고는 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시합을 먼저 하자고 하고 내기도 먼저 하자고 했는데, 게다가 아들은 시합을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아들이 연관이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담임교사에게 전화를 드려 자초지종을 좀 더 들었더니, 반 아이들 전부에게 그 사건에 관련해서 아는 내용을 모두 적게 했답니다. 그 내용을 상담교사에게도 전달을 했다고 하더군요.


2016년 6월 9일 8시 30분 학교 상담실로 남편과 함께 갔습니다. 조금 후에 아버님 한 분이 더 오셨습니다. 생활지도 교사가 아들에게서 들은 내용과 담임교사가 확인한 내용까지 말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그 학생이 노트에 ‘학교에 가기 싫다. 죽고 싶다.’라고 쓴 것을 부모가 보게 되었고 너무 놀란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학교로 찾아와서 관련 학생들 중 몇 명을 지목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시합을 같이 했던 학생과 우리 아들을 지목했다는 거죠. 선생님께서 찾아온 학부모님께 그 상황에 대해 설명을 다시 하고 좀 더 알아볼 테니 돌아가 계시라고 했다고 합니다. 찾아온 학부모는 너무 놀랐고 혹시 잘못될까 걱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학생이 초등학교 때도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일반적인 아이가 아니였다고 하더군요. 상담교사도 그 학생과 학부모의 말만 들었을 때는 우리 아들과 시합을 같이 한 아이가 너무도 괘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 아이들 전체 이야기와 죽고 싶다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가 분명 자신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줬음에도 다른 아이가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가져갔다고 사실관계도 본인만의 생각으로 왜곡해서 기억하고 부모나 상담교사에게 말한 거죠. 용돈도 받지 않는 아이라 돈이 없는데 자꾸 돈을 달라고 하니 스트레스가 됐나 봅니다. 보통의 아이였다면 용돈을 받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했을 텐데, 아들도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고 오히려 언제까지 주겠다 그렇게만 하니 답답했다고 하더군요. 돈을 받기로 한 아이도 안 받아도 된다고 받지 않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생활지도 교사도 상황을 전부 알게 되었으니 찾아온 학생과 부모에게 잘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그 학생은 학교도 나오지 않고 집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들의 중학교 때에 있었던 일이, 왜 그랬는지 이번의 일이 있고 보니 아들의 성향을 알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일이 아니어도 내 일처럼 나섰던 것입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한 아이에게 고통이었고 죽고 싶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하니 미안하고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이 갔습니다. 내기에서 이긴 아이의 아버님은 아들이 고등학교 올라와서 맘 잡고 공부해서 성적도 많이 올랐는데 혹시라도 대학 진학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을 하더군요. 그 마음도 이해가 됐습니다. 생활지도 교사가 다시 연락 주겠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믿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일은 가해자, 피해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관계자일 뿐이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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