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5학년 학기 초 때 있었던 일입니다. 망가진 립밤(트는 입술에 바르는)을 들고 와서는 “엄마 이거랑 똑같은 거 사 주세요.” 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 건데 자기 실수로 망가뜨려서 안 열린다고, 그래서 사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알았다고 하고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몇 만 원씩이나 하는 외국제품이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물었습니다. “친구가 물어내라고 했어? 아니면 그 친구 엄마가 물어내래?” 했더니 아들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그 친구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얘가 우리 반 아이들 괴롭히는 아이야. 나한테도 그랬고. 그래서 나는 친하게 지내면 안 그럴 것 같아서 친하게 지내왔는데 이번에 이런 일이 생겼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간 힘들었을 아이를 생각하니 왜 내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었고 무엇보다 담임교사는 알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선생님 찾아뵙고 말씀드릴게.” 했더니 안 된다고 했습니다. “선생님도 아셔. 그리고 엄마가 말씀드리면 선생님이 또 그 아이한테 뭐라 할 거고 그럼 일이 더 복잡해져.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했습니다.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 아이는 왜 같은 반 친구들을 괴롭히는지 물었습니다. 아들 말로는 집에서 엄마에게 많이 혼나고 그걸 학교에 와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안 됐다고 했습니다. 안 열리는 립밤을 억지로 열었습니다. 다른 용기에 덜어 사용했습니다. “이거 좋다. 덕분에 좋은 거 쓰네.” 하며 아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줬습니다.
학부모 상담이 있어 담임교사를 찾아갔습니다. 아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괴롭히는 반 친구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행히 담임교사는 그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고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들이 있었던 일에 대해, 어른의 개입(교사와 부모)을 원치 않는 것도 말했습니다. 현명한 선생님이라 상담한 내용도 학부모가 이야기한 것도 티 내지 않고 잘 지도했습니다. 이후 그 아이도 반 친구들을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사이에 괴롭힘, 싸움을 잘 지켜봐야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듯 단순한 장난에서 오는 몸 부딪힘인지, 힘의 우위가 작용해서 마음의 상처까지 남을 정도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해드 락을 걸며 놀기도 합니다. 하는 아이와 당하는 아이가 서로 번갈아 한다든지, 하고 나서 서로 웃으며 혹은 하기 싫을 땐 “하지 마”하고 말할 수 있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한 아이만 당하고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어른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사와 부모는 언제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힘든 일, 괴로운 일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오늘 학교에서 어땠어? 별일 없었어?” 이렇게 직접 물어보면 대답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엄마가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엄마 마음이 불편했어.” 부모 상황을 빗대서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엄마, 나도 오늘 이런 이런 일이 있었는데…….”하고 말을 합니다.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그것만으로 판단해서는 곤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담임교사와의 교류가 중요합니다.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학부모의 도움을 모른 척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본인 아이만 위하며 다른 아이를, 교사를 힘들게 하는 부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모든 아이의 교사입니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게도 교사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부모 역시 내 아이가 우선인 것은 당연하지만 내 아이가 같이 생활해야 하는 학교엔 교사도 있고 다른 아이들도 있습니다. 내 아이 보호와 함께 그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하는 부분입니다. 교사와 부모가 같이 의논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지 고민해야 합니다.
아이의 생활에 어른이 개입해야 하는 상황과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칫 그 시기를 놓치면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집니다.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기에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관심을 가지고 잘 관찰하면서 평소 대화를 한다면 개입을 최소화할 수도 있습니다. 대화를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공감력을 키우다 보면 관계 맺기를 잘합니다. 문제 상황에 대해 해결하는 힘도 생겨납니다.
내 주위에 있는 어른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혹여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부모와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아이가 요청해 올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