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

by N잡러

“뭘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학교 그만두면 좋겠어요.”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혹시 지금 통화되시나요? 아니면 통화될 때 연락 주세요.” 통화된다고 하니 바로 전화가 왔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아이가 학교 등교를 안 한지 좀 됐다면서 어떡하면 좋겠냐고 했습니다. 왕따는 아닌데 몇 명의 아이들이 은근히 따돌리고 그런 행동이 계속되니 괴로워서 학교는 아침 등교만 하고 돌아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전화한 엄마는 교사가 어떠한 해결도 해주지 못하다 보니 학교에 대한 신뢰도 없고 학교가 뭐하는 곳인지 싶다면서 학교를 그만두게 하거나 전학을 시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학교가 작아 반이 3개밖에 없고 그럼 진학을 해도 그 아이들과 계속 부딪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딸내미는 어떻게 하고 싶어 하는데요?” “딸은 학교를 가고 싶어 해요.” “그럼 학교를 보내야겠네요. 엄마가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해도 본인이 가고 싶다고 하니. 그리고 전학이나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어요. 피해자가 괴로워서 전학 가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왜 전학을 왔는지 알게 되고 그럼 되풀이될 수도 있어요.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도 같은 지역이면 오가다 만나기도 하고 요즘은 SNS를 통해 금방 퍼지기 때문에 사이버 폭력에 노출될 수도 있어요.”

“그럼 어떡해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고 싶진 않아요. 어차피 그걸 연다고 갈등이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 아이들이 우리 아이를 만만하게 본 것 같아요.”

“맞아요. 학폭위를 여는 것이 답이 되지 않아요. 학폭위 말고 화해조정위원회 제도도 있어요. 학교 교사가 양쪽 부모의 동의하에 신청해서 진행하는 거예요.”

“상대 부모들이 하려고 할까요? 부모도 다 같지 않더라고요.”

“학폭위를 열지 않고 아이들의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걸 교사가 충분히 전달해야겠죠.”

“전 회의적이에요. 뭘 해도 안 될 것 같아요.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냥 학교 그만두면 좋겠는데…….”

“딸이 학교를 가고 싶다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뭘 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걸 딸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잖아요. 엄마가 노력하고 있는 모습, 교사가 뭔가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에 대한 신뢰, 학교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돼요. 그리고 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려줘요. ‘너희가 그렇게 행동하면 난 기분이 나빠.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상대 아이들은 ‘몰랐어요.’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내가 상대하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는 거예요.”


이후 지인은 계속 근본적인 해결이 없다며 답답해했습니다. 전화통화 말미에 학기말이라 얼마 남지 않은 시기이니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되면 아이들도 좀 커서 나아질 수도 있고 방학 동안 딸의 내적 힘을 키우고, 학교에 2학년이 될 때 다른 반으로 배정해줄 것과 그 아이들도 흩어지게 배정을 해달라고 건의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2학년 올라가서 지켜보라고,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그때 학폭위든 화해조정이든 하면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대신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기록해 놓으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기록도 충분히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절대 상대 부모와 감정적 대립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건 절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피해자 부모들이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하자니 복잡하고 그냥 있을 수는 없어서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부모이기에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러다 반대로 오히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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