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전화를 받아보면 본인의 상황이 학교폭력이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폭력’이라는 단어 때문에 신체적, 물리적 폭력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많이 맞으면 심각한 것이고 장난으로 한 행동이니 학교폭력이 아니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행동, 장난이라고 하더라도 상대가 심리적,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장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상대에게 더 큰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학교폭력 상담을 하면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 2학년이 부쩍 늘었습니다. 서로 장난으로 놀렸는데 갑자기 한 명이 상처 받았다고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는데 어떡하면 좋겠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상대 엄마는 전화통화도 거부하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했습니다. 내담자는 전화 중에도 ‘장난’이라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우선 장난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마세요. 특히 상대 부모님 에게는요.” 장난이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 했던 내담자가 생각 나서였습니다. 물론 어른인 교사나 부모가 보면 장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 힘이 들고 괴롭다면 그건 장난일 수 없습니다. 다행히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아들은 내담자는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더불어 아직 학폭위가 열리지 않았으니 가해자, 피해자가 아닌 관련자이며 무엇보다 학폭위가 열린다고 모두 처분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며 ‘조치 없음’으로 될 수 있음을 알려드렸습니다.
설령 처음은 사소한 싸움이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사실 정말 사소한 것도 학교폭력 신고를 합니다. 일선에 있던 학폭위 책임교사는 일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합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처음 대응이 중요합니다. 학폭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임교사나 상대 부모의 장난이라는 반응이나 책임교사가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여길만한 언행을 하거나, 상대가 사과하고 잘못을 시인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경우가 많습니다.
학폭위를 열어야 하는 정도인지 담임 종결선에서 끝내도 되는 사안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아이와 이야기를 해봐야 합니다. 아이가 당사자이고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학폭위 이후에 상황도 예상해 보고 정말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인지 신중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단순한 감정에 치우치면 일은 어려워집니다. 무엇보다 상대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종종 “우리 아이가 빌미를 제공했으니…….” 하며 피해 아이에게 원인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아이의 대처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확한 의사를 표현하여하지 말라고, 싫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해봅니다. 또한 괴롭힘이나 놀림이 되는 것은 부모가 도와주도록 합니다. 보통 괴롭힘과 놀림은 외모, 학습부진, 혹은 반대인 잘난 척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을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시기, 질투가 폭력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공동체에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어른이 보여준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학폭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진행과정을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내 아이를 위하면서 상대 아이까지 생각하는 행동을 보며, 감정이 아닌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을, 일을 해결하는 모습 또한 지켜보며 이를 내면화시킵니다. ‘우리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은 믿을 수 있는 분이시구나. 앞으로도 부모님과 선생님을 믿으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겨납니다. 나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알게 됩니다. 학폭위를 단순히 상대 아이를 혼내주거나 처벌하기 위해 하려고 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이를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며 잃는 것은 무엇인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