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가 치유가 되었던 것은
2015년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지금은 교육지청 산하의 심의위원회로 바뀐)부터 경찰서, 검찰청, 법원까지 1년이 걸렸어요. 처음으로 사법기관을 모두 경험했죠. 내 생애 이런 경험을 하리라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것도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라니...
그 1년이 지나고 조치를 이행하고 나선 다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건 아들이나 저나 마찬가지였어요. 아들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사건이 있기 전으로 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3년이 지나 2018년에 책쓰기 모임에 들어갔어요. 매주 한 편의 컬럼글을 써야 하는데 쉽지 않았어요. 제 주변의 일들을 소재로 이 얘기 저 얘기 왔다갔다 했고 만들어 쓰니 내용도 흥미롭지 못했죠. 그나마 아이 키우며 있었던 일들을 쓰는 게 가장 편하면서도 주제도 통일되고 쓸 내용도 많았어요. 그러면서 학교폭력 가해자의 엄마로 겪은 일들을 복기하듯 기억에서 꺼내 쓰게 되었어요.
일정을 메모하는 습관과 다이어리를 버리지 않는 것이 글을 쓸 수 있었던 자료들이었어요. 다이어리뿐만 아니라 학교, 검찰, 법원에서 온 서류 봉투도 모아뒀어요. 그 당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고 단지 버리기엔 누가 볼까 싶은 불편함이었어요. 내 형제, 부모에게도 알리지 못한 일이었기에 더욱 그랬죠.
처음에 쓴 글을 본 교육팀은 숨이 차다. 내용이 너무 건조하다 라는 피드백을 줬어요. 하지만 상처를 처음 꺼내보는 저에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저 사실과 일정의 나열이었고 나의 감정까지 넣기엔 아직 시기상조였던 거죠. 그렇게 전 과정을 정리하고 나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 이래서 치유의 글쓰기라고 하는구나‘를 경험한 거죠.
그래서 전 갱년기도 글쓰기로 치유하려고 마음을 먹었어요.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몸의 변화와 그를 통해 느끼는 감정을 쓰는 것만으로 분명 치유가 되리라는 거죠. 여러 요인이겠지만 보통 10년이 걸린다는 갱년기가 전 2~3년 정도로 극렬한 현상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들도 많지만 이렇게 글로 쓰며 나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제 글을 읽는 사람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지내는 중이죠.
글을 잘 쓸 필요도 없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쓰면 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꼭 갱년기가 아니어도 좋아요. 고통스럽다고 외면하면 사라지지 않고 더 깊숙이 들어가서 자리 잡아요. 오히려 덤덤하게 가감 없이 쓰는 글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울림을 줘요. 저 역시 건조한 문체를 극복하지 못하지만 내 글의 장점은 ’진정성‘ 이다 라며 지금도 글을 쓰고 있어요.
가족이 몰라주니 나라도 알아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