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을 하는 부모 중에는 처음부터 지금 처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부모도 있고, 화, 답답함 등 감정부터 표현하는 부모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하루는 별일 아닌 듯 "이런 것도 학교폭력에 해당되죠?" 하고 물어왔습니다. 상대 아이가 많은 아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너랑 얘기하는 게 싫어'라고 했답니다. 학교폭력에 해당되고 안 되고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해당 학교에서 조사를 해서 학폭위에 대한 모든 결정을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사가 부모의 이야기만을 듣고 판단할 수 없기도 하고, 같은 사안이라도 학폭위 위원들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결정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저희가 학폭위다 아니다 할 수 없어요."라며 설명을 드렸습니다. 답답했는지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과 지금 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하길 바라는지 물었습니다. 상대 아이를 보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같은 교실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버티기 힘들다면서 반만 교체해도 좋겠다고 아이도 부모도 바라고 있었습니다. 학폭위를 열리는 것도, 상대 아이의 처벌을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학교장 재량으로 우리 아이를 다른 반으로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반 교체에 대한 처분은 피해학생의 긴급조치 4호로 이뤄질 수도 있는 조치입니다. 이 경우 피해학생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7일 이내 조치하게 되어있습니다. 피해학생을 다른 반으로 교체합니다. 가해학생에 대한 7호 처분으로 반교체도 가능합니다. 이 경우는 학폭위가 열린 후 처분으로 가해학생을 다른 반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학폭위를 신고하거나 개최하고 나서의 처분들입니다. 가해학생 조치는 학폭위에서 결정을 내립니다. 물론 부모나 아이가 원하는 바를 학교에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받아들여지는지는 그다음입니다. 상담한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학폭위를 열지 않고 교장 재량으로 반 교체가 가능한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부모나 학생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여겨지지만 실제는 아닙니다. 부모님께 그동안 있었던 사실들을 육하원칙에 의해 적어서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을 하라고 했습니다. 막상 선생님 앞에 가면 생각처럼 정리된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입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에 대해서, 상대 아이나 학교 교사가 보기에 큰일이 아니라고 여기더라도 아이는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그럴까. 누구나 맘에 들지 않은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고통입니다.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습니다. 사춘기 청소년 시기에 친구관계는 어른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일입니다.
한편 반 교체해서 상황을 피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반을 교체해도 복도나 학교의 다른 공간에서 우연히 부딪힐 수 있고, 방과 후 학교 밖 공간이나 사이버 상에서도 마주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하는 것보다 내면의 힘을 키워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피하는 것이 상대로 하여금 ‘내가 무서워서 피하는구나’하며 만만하게 여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