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잡러 Jun 03. 2019

공탁을 해야 할까요?

합의가 되지 않았으나 합의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공탁을 하는 거예요.”     


 검찰에 사건이 기소되면 합의 과정이 있습니다. 사과와 함께 손해배상에 대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손해배상은 금액으로 환산하기에 피해자 측에서 제시합니다. 이때 원만히 합의가 되지 않으면 사건은 가정법원으로 이관됩니다. 


 피해 측이 원하는 금액과 가해 측에서 줄 수 있는 금액에서 차이가 보이면 합의는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가해 측은 합의를 원치 않은 것이 아니지만 결론적으론 합의가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럴 때 차선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공탁이란 것입니다.


 “공탁이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금전·유가증권·기타의 물품을 공탁소(은행 또는 창고업자)에 맡기는 것을 말합니다. 공탁을 하는 이유에는 채무를 갚으려고 하나 채권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혹은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을 담보하기 위하여 하는 경우, 타인의 물건을 보관하기 위하여 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을 담보하기 위하여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합의가 되지 않았으나 합의를 원한다는 표현으로 공탁을 하는 것입니다. 


저 역시 변호사에게 문의했을 때 공탁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수령해 간다면 법원의 판사가 이를 참조한다고 했습니다. 물론 모든 결과는 예측과는 다르게 작용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피해자 측에서 공탁금액이 요구한 금액보다 턱없이 적다고 오히려 화가 났다면서 끝까지 민사로 진행하겠다고 했으니까요. 판사조차도 요구 금액이 많음보다 공탁 금액이 적다며 피해자가 수용하겠냐고 했습니다.     


 공탁의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선 해당 법원에서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사건번호로 발급 신청을 합니다. 담당자가 해당서류를 발부해주면 그걸 가지고 관할 검찰청으로 갑니다. 상대방의 정확한 주소를 알아야 우편이 배송되기에, 다시 검찰청으로 와서 법원의 서류를 제출하면 동사무소에서 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법원 명령서를 발부해줍니다. 제삼자가 개인정보를 알려고 하는 것이니 그에 대해 증빙서류인 것입니다. 사실 저는 검찰에서 발부해준 서류를 들고 동사무소에 가서 보여주는 것 자체도 힘들었습니다. ‘나 죄인입니다’라고 보여주는 종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상대측 주소를 알게 되면 다시 검찰로 와서 공탁 서류를 작성해야 합니다. 많이 까다롭습니다. 처음부터 자세히 알려주지 않고 작성해서 가면 ‘이 부분 고쳐오세요.’ 그 부분을 다시 고쳐서 가져가면 다시 ‘이 부분은 이렇게 쓰세요’ 합니다. 정말 여러 번 고쳤습니다. 최종적으로 작성이 완료되면 접수를 하고 마지막으로 창구 옆, 검찰청 내부에 있는 은행에 공탁금액을 서류와 같이 제출하면 됩니다. 은행에서 공탁금 예치가 되었음을 알려주는 종이를 줍니다. 꼬박 하루가 걸렸습니다.     


 이로써 공탁의 과정이 끝이 납니다. 법원과 검찰, 동사무소, 다시 검찰. 업무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공탁은 합의를 하고자 했음을 알리는 행위로 공탁금을 예치하는 것이지만 공탁금을 찾아가라는 우편물을 받더라도 상대측에서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탁금을 찾아가야 법원에서는 참고를 하는 것입니다. 상대측에서 공탁금을 일정기일까지 찾아가지 않으면 국가로 환수됩니다. 공탁을 걸었던 당사자가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죠.      


 공탁금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상대측에서 수용할 금액이고 찾아간다며 법원에서 참작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그냥 사라지는 돈입니다. 우리의 경우처럼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부작용만 생기기도 합니다. 변호사의 도움도 만능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본인의 몫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법률 전문가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항상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후 생각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으면 합니다.

이전 11화 소년 분류심사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아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