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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잡러 Jun 24. 2019

학가협, 청예단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아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재단을 설립했어요.”     


횡단보도 앞에 서면 우리는 보행자 신호등이 켜지길 기다립니다. 혹여 멀리서 달려오다가도 모래시계형 잔여시간 표시기에 2~3개가 남아있으면 우린 멈춰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립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이 잔여시간 표시기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고안했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녹색 보행자 신호등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가 바뀌어 달리는 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사망했습니다. 아버지는 신호등이 언제 꺼질지 모르고 뛰어가다 자신의 아들처럼 죽는 아이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래시계형 잔여시간 표시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1995년 초여름, 16살의 대현이는 폭행과 갈취 등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아파트 4층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하지만 주차한 차 위에 떨어져 실패했습니다. 대현이는 한 층을 더 올라가 다시 몸을 던졌습니다. 이젠 쉬고 싶다는 메모를 남기고……. 

대현이의 아버지 김종기 씨는 더 이상 아들처럼 피해를 받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돈을 투자해서 비영리 재단인 ‘청소년 폭력 예방재단’인 청예단을 만들었습니다.



2000년 봄, 여자중학교 2학년에 다니던 학생이 ‘이진회’ 회원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가 어머니에게 알렸습니다. 어머니는 학교에 찾아가 그 학생들에게 괴롭히지 말라고 야단을 쳤고, 그 학생들은 3학년 ‘일진회’ 선배들에게 말했습니다. 5명의 학생은 피해학생을 하루 종일 집단으로 폭행했습니다. 밤늦게 집에 돌아온 피해학생은 사흘간 혼수상태였고 40여 일을 입원했습니다.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가해자들은 5일간의 사회봉사명령만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일을 겪으며 자문이나 도움받을 곳이 없었던 어머니 조정실 씨는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협의회의’를 결성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피해 당사자의 부모들입니다. 단지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본인처럼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학가협(http://cafe.daum.net/naiurii)’은 직접 학교폭력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가족들로 구성된 단체로 가족 치료와 피해자 상담, 지원 등을 합니다. 의료, 법률자문을 연계해줍니다. 2017년 교육부 지원을 받아 ‘해맑음 센터’를 열었습니다. 해맑음 센터에서는 피해자의 심리, 예술치료를 합니다. 2018년 학교폭력 경험자를 모집하여 학교폭력 피해자를 찾아가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예단(http://www.jikim.net/)’은 예방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청과 손잡고 학교폭력 분쟁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피해자, 가해자 구별 없이 1588-9128로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법률적 지원도 하고 있어 무료 자원봉사로 활동하는 변호사를 통해 법률자문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화 상담뿐만 아니라 상담치료도 합니다.     


학교폭력과 관련된 일을 하는 단체는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기관은 피해 당사자의 부모가 직접 나선 곳입니다. 그러기에 학교폭력을 겪은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담이라고 하지만 하소연만을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자신의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힘을 받습니다. 이는 학생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생보다 학부모가 훨씬 더 많이 이용합니다. 학부모가 50퍼센트이고 교사와 학생이 50퍼센트입니다.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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