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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고양이 그림자

[취향도감] 조금씩 바뀌게 되는 계기





   나는 고양이나 개를 만지지 못한다.
   어떤 느낌인지 표현하기 힘들다. 두 손으로 그들의 몸체를 잡아들 때 따뜻함이 느껴지고, 쌔액쌔액 작은 숨 쉼이 느껴진다. 그 느낌이 싫은 건 아니지만 ‘함부로’ 만지기가 좀 힘들다. 여전히.
   
   얼마 전부터 친구 P은 길고양이를 집고양이로 키우고 있다. P은 고민을 한가득했다. 그만큼 나도 걱정하며 지켜봤다. 길고양이 출신이라 병원비며 고양이 용품이며 경제적인 것부터, 가족이 늘었으니 심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갔을 것이다. 그녀는 아득하게 웃으며 “그 모든 걸 감수할 만큼, 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P이 고양이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달라지는 걸 보면 정말인가 보다.
   
   친구가 고양이 엄마가 되고 나니, 길거리 고양이들에게 눈이 한 번 더 간다. 우리 동네 길고양이들, 그네들에게 조용히 밥을 챙겨주는 누군가, 이제야 눈에 띈 길고양이 급식소... 그전엔 그냥 지나쳤던 고양이들의 흔적을 이제는 두리번거리게 됐다. 여전히 만지거나 가까이는 가지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인사도 한다.
   어젠 늦은 저녁 길을 지나다 고양이 그림자를 만났다. 그전에도 지났던 길인데 오늘따라 반짝반짝 빛난다.
   
   크진 않아도 조금 바뀐 내 모습을 발견하는 일은 신기하면서 즐거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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