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취향도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Jan 11. 2019

카레 냄새

[취향도감] 아늑함을 원한다면





   내가 좋아라 해서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보는 일본 드라마 <수박(すいか)>.
   드라마의 제목은 ‘수박’인데 나는 항상 ‘카레’를 떠올린다. 주인공인 하야카와가 어린 시절 우연히 쌍둥이를 만났을 때, 그리고 성인이 되어 우연히 들렀다가 살게 될 때. 그 배경인 하숙집 ‘해피니스산챠’에서는 ‘카레향’이 풍긴다. 그때마다 그녀는 “아... 카레다!”라고 무심히 말한다.
   이 장면이 참 좋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아득해진다. 저절로 카레 냄새를 맡으려 코가 벌렁거린다. 어디선가 카레향이 나는 것도 같고...
   
   천백 년 만에 집에서 카레를 했다. 양파는 캐러멜화될 때까지 볶고, 호박 썰어 넣고, 삶은 닭가슴살을 찢어 넣는다. 진한 일본 고형카레에 물을 조금씩 섞어 풀며 끓여 준다. 잘 풀어져 보글보글 방울이 올라오면 화룡점정 완두콩을 넣는다. 적당히 익은 김치도 준비해둔다.
   완성.
 
   만들 땐 몰랐는데, 다 하고 나니 온 집안이 카레에 빠진 듯하다.
   큰 그릇에 흰쌀밥을 담고 그 위에 찐한 카레를 얹는다. 참기 힘들지만 잠시 놔둔다.
   따뜻한 그릇을 손바닥으로 감싼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도 봐야 하고, 화악 퍼지는 카레향도 실컷 맡아야 한다. ‘찰라’인 이 시간을 위해서 1시간을 볶고 찢고 끓인 거다.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도 정리해야 할 주방도 지금은 다 괜찮다.
   몸이 나른해지고, 코를 벌렁거린다.


   “아... 카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비 마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