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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an 11. 2019

비 마실

[취향도감] 계절을 즐기는 방식




   비 오는 날, 바깥을 슬쩍 걷는 게 좋다.

   오전에 태풍 급의 바람이 불어 옷깃을 여미며, 집 앞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여름엔 비가 많이 와도 우산을 들고 밖에 나간다. 많은 비에 우산을 써도 흠뻑 젖는 경험도 나쁘진 않다. 발랄한 발걸음으로 빗물을 튀겨가며 푸르름을 눈에 가득 담아 온다.

   겨울에는 꼭꼭 껴입고 장갑을 끼고 나간다. 다른 계절보다는 조심스럽고 무겁게 걸어 다닌다. 입김을 내며 추위를 한껏 느끼고 들어온다.

   봄엔 벚꽃비, 가을은 낙엽비가 같이 한다. 꼭 바닥에 발을 가지런히 놓고는 축축해진 발을 찍어둔다.

그렇게 나름의 계절을 맞는 의식을 치른다고 할까.


   오늘,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거센 바람에 얹어 날아온 빗방울이 얼굴을 덮는다.

   그마저도 봄이 오는 거라 생각하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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