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도감] 마른 수건의 까칠한 특권
빨래하는 건 귀찮아 하지만, 마른 수건을 개어서 정리하는 건 좋아한다. 덕분에 우리집에서는 내가 도맡아 수건을 정리하는 특권(?)을 누린다.
햇볕에 잘 말라 뻣뻣한 수건의 촉감이 좋다. 어쩐지 보송보송한 것보다 섬유유연제를 쓰지 않아 까칠한 수건이 더 맘에 든다.
수건의 바삭함이 왠지 더 건강한 것 같고, 더 깨끗한 것 같다. 무엇보다 주말 오후 세 네시쯤 수건을 개면서 TV도 보고, 통화도 하고, 먼 산도 봤다가 하는 느긋한 시간을 격하게 아낀다.
몸과 얼굴에 투박하게 닿는 수건에서 비타민D도, 마를 때의 햇볕도 묻어나라며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닦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그러면 또 어때.
잘 개어져 가지런한 수건 더미를 지그시 누르고 있으면 편안해지고 뿌듯하다.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