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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15. 2019

발차기의 기술

뜨긴 뜬다

          인어공주가 되겠다는 마음만으로 몸이 물에 뜨진 않는다. 그 처음이 '발차기'였다. 물에서 자유로우려면 무조건 발차기 기본을 잘 익히라고 했다.   

          코치는 물 안에서도 당혹스러운 몸뚱어리를 풀에 걸터앉게 하고 발차기를 시킨다. 그냥 물장구인듯한 동작을 뭔가 기술적으로 설명한다. 옆 사람과 두런두런하며 한참을 발차기한 후에야 물속에 몸을 담글 수 있었다. 풀 가장자리를 잡고 엎드려서 발차기를 시작했다. 그제야 코치가 왜 그런 긴 설명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무릎이 구부려지고, 다리는 막 벌어졌다. 나름 가라앉을까 봐 속도만 빨라져서 그저 허우적대고 있다. 

          우리를 본 코치는 더욱 큰 소리로 긴 설명을 다시 시작했다. 

우선, 가슴을 펴고 배에 힘을 주어 몸을 일자로 만든다.
무릎은 굽히지 말고 골반을 움직이도록.
엄지발가락이 서로 스친다는 느낌으로 발등이 물을 눌러서 몸이 뜰 수 있게.
수면 위로 발이 올라오게 힘차게 찬다.

          킥 판을 잡고 열심히 발차기를 한다. 어떻게든 몸을 띄워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마치 갓 백일을 지나 걸음마 시작할 때 기분이 이랬을 것 같다. 온몸이 뻣뻣해서는 발만 팔딱거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뜨긴 뜬다. 모든 일에 기본이 중요하다는 게 몸을 살짝이라도 띄워보니 알 것 같다. 그래서 코치의 긴 설명이 있었고, 그렇게 나름의 시간을 보내는 거였다. 몸에 새겨둬서 기본 지켜야 할 때 흐트러지지 말라고.    
           오늘 이렇게 바닥에서 발을 떼는 작은 성공을 이뤘다. 그리고 나는 곧 이 지역의 살랑거리는 미꾸라지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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