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 Nov 15. 2019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음~파~"

몸 어딘가에서 내뱉는 소리 

          이제 얼굴을 물에 넣을 시기가 왔다. 그건 곧 호흡을 해야 한다는 건데, 벌써부터 난감하다. 사실 수영을 시작하면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코와 귀에 물이 들어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은 '음~파~' 
물 안에서는 '음~'하면서 코로 숨을 조금씩 내보낸다. 
물 밖에서 '파~'하며 남은 숨을 내보내고 
'합'하고 재빨리 숨을 채워준다. 
이것이 음파 호흡법.

          코치는 정수리가 잠길 정도로 물에 넣고 호흡을 해보라고 했다. 선뜻 머리가 숙여지지 않았다. 그는 "죽지 않는다, 괜찮다"라고 계속 말해주었다. 크게 숨을 쉬고 물에 머리를 담갔다. 코로 숨을 내뱉는다는 게 쉽지 않았다. 게다가 물 밖에서는 숨을 뱉고 마시는 타이밍을 잘 몰라 물을 많이도 먹었다.  공포감에 모든 세포가 긴장했다. 수업을 마친 후에도 10분 정도 호흡을 연습했다. 아직 멀었다. 코치는 평소에도 의식적으로 연습을 하고, 목욕탕에 가서도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역시 기본을 다지는 데는 요행이라는 게 없다. 방법은 계속 연습하는 것 밖에 없다. 여전히 몸을 일자로 만들어야 하고, 몸에 힘을 빼야 한다. 그러면서 '음~파~'를 외치며 콧방울에서 공기를 뿜었다가 온몸에 공기를 다시 채우기를 반복해야 한다. 발은 또 힘차게 움직이며 물살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이 리듬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 한동안 이 동작이 계속 버거웠다. 수영장의 물을 다 마실 수도 있을듯하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연습밖에.
          호흡 연습을 하면서 물과 더 친해졌다. 어느 순간 리드미컬한 '음~파~'가 자연스러워졌다. "음~ 파~" 그것은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몸에 밴 리듬이다. 인어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뿌듯하고 벅찼다.  드디어 내 몸 어딘가에 '아가미'가 생길 자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코치는 말했다. "이제 발을 뗐으니, 다음 시간엔 한걸음 걸어봅시다!"  뭐라는 걸까. 나는 내가 날고 있는 기분인데.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사나이'에는 유해진 배우의 '으마으마'한 고래 브리핑 장면이 나온다. 고래는 숨을 쉴 때 물 밖에 나와서 숨을 한번 '푸~~'하고 내뱉으면 뒤통수에 달린 코에서 물줄기가 '최아~' 하고 나온다는 설명이다. 지금 내가 하는 호흡과 무엇이 다른가. 
         바다처럼 엄청나게 깊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수영의 세계에서 일단은 고래가 되자.
                                                    

























이전 03화 발차기의 기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