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아닌 상태인가
발차기만 해도 힘든데 이제 팔도 돌려야 할 때가 왔다.
몸엔 힘을 빼고
팔은 곧게 뻗어야 하고
다리는 힘차지만 유연하고 부드럽게
호흡은.. 도저히 모르겠다.
이름은 자유형인데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 코치의 자유형 주문은 은근히 신경 써야 할 것과 제약이 많다.
팔을 돌리는 연습을 한다. 팔을 뻗어 귀에 붙이라는데 가라앉을까 봐 (킥 판을 빼고는 물에 뜨는 것도 어렵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팔이 되는가 싶으면 어느새 발차기가 멈춰있다. 내가 이렇게 운동신경이 없고 몸치였던가. 거기다 숨을 쉬는 건지, 대놓고 물을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하루 수분을 수영장에서 해결했다. 우리 반 수업이 마치고 다음 수업이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연습하고, 주말에도 자유 수영을 등록해 또 연습했다.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걸 잘 알기에 계속했다. “이게, 자유형이 되기는 되는 건가..” 답답함에 지치고 걱정만 늘었다. 한참을 허우적거릴 때 즈음 코치는 내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잡아준다. “킥이 약하다, 머리를 더 넣어라, 힘을 더 빼라, 숨은 쉬어라(숨 쉬는 척만 했다)"등등.
그러다 어느 순간 이게 또 된다. 가라앉지 않고 팔을 저으면서 숨도 쉰다. 두세 번을 돌리다가 일어나긴 했지만. 코치는 한쪽 팔만 돌리면서 옆으로 발차기하는 사이드 킥과 호흡을 시켰다. 보완하니 실력이 조금씩 는다. 어설퍼도 동작이 되니 은근 욕심이 생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몸이 표현하다 보니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그러니 되던 동작에도 제동이 걸렸다. 몸에 욕심을 잔뜩 싣고 수영하는 걸 본 코치는 다시 기본 발차기를 시켰다.
그 무엇 하나도 자유롭지 않고 신경 쓰이는 영법이라 생각했는데, 코치의 한마디에 아차 싶다. 그럴 때 실력이 조금씩 쌓이는 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면 물에서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제 멋대로인 데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이끌어주는 이정표는 역시 ‘기본’이었다. 그것이 더 자유롭고 편안해지는 방법이다.
지금의 자유형이 제일 쉽다는 코치의 말에 안도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팔을 저을 때마다 확 느껴지는 물의 저항을 살짝 즐기기 시작했다. 이럴 때 또 스멀스멀 올라오는 욕심은 미꾸라지 때의 발차기로 잡는다. 덕분에 튼튼한 장어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