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 이야기
인생이란 게, 한고비 넘기니 다음 고비가 늘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배영이다.
자유형을 뒤집어 놓은 거라 생각하면 된다.
역시 몸을 곧게 편다.
발등으로 물을 올려 찬다. 찰랑찰랑.
무릎은 구부리지 말고, 물 위로 나오지 않도록.
팔은 크게 호를 그리며 노를 젓듯이.
호흡 역시 음~파로.
배영을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설레었다. 중급과 고급반에서 우아하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보고 나름의 로망을 가졌더랬다. 그러나 당장 뒤집는 게 무서웠다. 생명줄인 킥판을 꼭 끌어안고서 발차기를 하니 뜨긴 뜬다.
물을 들어 올리면서 발차기를 해야 한다. 몸이 무거운 건지 엉덩이가 자꾸 깊어지고, 물이 무거운 건지 다리에 힘이 빠져 자꾸 가라앉는다. 코치는 (이미 나온 똥) 배를 앞으로 살짝 더 내민다고 생각하고 몸을 곧게 만들라고 했다. 그 상태로 발차기를 해서 몸을 띄워 놓으면 반은 다 한 거라고 했다.
그렇게 배영 발차기 사투가 시작되었다. 이때 자유형 할 때 마셨던 물은 잽도 안되었다. 그것도 코로 수시로 들어오는 물을 막을 길이 없어 머리가 띵해질 때까지 들이켰다. 공복에 수영을 했는데 배가 불러 나왔다. 고개를 살짝 숙여서 호흡을 해야 하는데 힘이 들어가니 발차기하는데 승모근이 바짝 서 있었다.
그래도 내 경우는 의외로 물에 뜨는 게 자연스러워지니 배영이 쉬웠다. 팔 동작도 귀 옆에서 시작해 수면을 가르며 호를 만들며 젓는 게 생각보다 잘 되었다. 팔을 저으니 자유형보다 속도도 빠른 것 같다. 지금은 고급반이 부럽지 않다. 내 마음은.
사는 데 쭉 난관만 있으면 지친다. 이렇게 고비가 와도 한 번씩은 쉽고, 편하게 넘어가 주는 게 있어야 조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이렇게 가뿐한 마음이 하늘로 치솟을 때 또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겠지. 그를 만났을 때, 그다음은 좀 나을 거라는 희망이 있어야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게 아닌가. 한 번쯤은 기분 좋게 웃으면서 지나야 희망이란 걸 품는 거고.
어느덧 우리 반의 (초보라서 가능한) 배영 에이스로 우뚝 선 나는 다가올 거친 파도를 모른척하고 '세상 우아한 수달'로 물 위에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