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이 중요하다
수영을 하다 그만두는 사람의 80%는 평영에서 그만둔다고 한다. 나머지 20%는 시작하자마자... 평영은 알다시피 '개구리 수영'이다. 그런데 개구리가 이렇게 어렵게 유영했던가.
팔 동작 따로 발차기 따로 연습한다.
팔 동작은 하트를 만든다.
하나. 팔을 편 상태에서 몸 쪽으로 당겨준다. 이때 고개를 들고 숨을 쉰다.
두울. 가슴 쪽으로 팔꿈치를 붙이고 손을 모은다.
세엣. 재빨리 팔을 앞으로 뻗어주며 밀어준다.
적응되면 하나+둘, 셋으로 빨리한다.
평영에서는 발차기가 중요하다.
하나. 다리를 뻗었다가 구부리면서 발목을 꺾어준다.
두울. 다리를 뻗으며 힘 있게 물과 함께 모아준다.
그대로 3초를 세며 기다린다.
발차기만 한 달을 했다. 그러나 도통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배영에도 뜨던 몸이 자꾸 가라앉는다. 팔과 다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협동이 잘 됐는지 같이 움직인다. 영법을 진행하면서 이렇게 동영상을 많이 본 건 처음이었다. 수영 카페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보며 위로만 받지 도움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다 이해하는데 몸이 말을 안 듣는다.
평영은 같이 할 때도 손 따로 발 따로 해야 한다. 팔 동작 '세엣'에 발 동작'하나'를 시작한다. 살짝 엇박자다. 도저히 이 타이밍을 못 맞추겠다. 코치는 어려우면 숨 쉬면서 팔 동작이 끝나면 발차기를 하라고 했다. 익숙해지고 하다 보면 감이 잡힐 거란다. 역시 연습만이 살 길이라는 말과 함께.
배영까지는 나름 우리 반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는데 평영에서 그 자리를 손바닥으로 물총을 쏘는 청소년에게 빼앗겼다. 부들부들~ 이 설욕을 어쩔까..
손동작할 때 발은 쉬어 줘야 하고, 발차기를 하면 손은 가만히 두어야 한다. 각각 쉬는 시간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계속 '리듬'을 읽고 있어야 한다. 배영 때는 쉽게 지나왔는데 평영 때 고비가 찾아왔다. 수영 과정의 흐름을 각오했어야 했다. 영법의 난이도도 연습에 들이는 시간도 물결 모양의 그래프를 그린다.
이런 리듬이 수영에서만 있는 게 아닐 거다. 내 인생에도 이런 흐름이 있어 왔다. 격렬하진 않더라도 적당한 리듬을 타고 있으면 물결을 마주칠 때 충격이 좀 덜 할 것이다. 쉴 때, 쉬는 것 같아 보일 때 내 몸에 무리되는 않게 살짝 리듬을 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요한 타이밍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나는 얼마 전에 그 리듬을 잠시 놓쳤었고 다시 리듬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일들을, 사람들을 놓쳤었다. 나는 지금 살랑살랑 표 나지 않는 어깨춤을 추고 있는 중이다. 어떤 순간에도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고.
지금? 연습의 결과인지 나름 우리 반의 '황소개구리'로 쭉쭉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