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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15. 2019

굳은살 철학

의심하지 마세요

                                                                                                                                   

          평영만 한 달이 넘었다. 발차기를 연습하고 -무려 한 달이나- 팔을 뻗어 물을 갈랐다. 그리고 이 둘의 타이밍을 맞춰서 ‘나름’ 자연스럽게 평영을 하고 있다. 코치는 같은 영법만 하면 더 늘기도 힘들고 지루할 거라며 기존에 배웠던 다른 영법도 하라고 했다. 모든 회원들이 평영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할 수 있을 시기까지 자유형, 배영, 평영을 번갈아가며 했다. 

          배영을 하고 돌아오는데 코치가 물었다. “잘 돼 가는 것 같아요?”  그때까지 별생각이 없다가도 코치의 질문에 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어디였나, 생각하고 있었다. “배영 할 때 자꾸 엉덩이가 가라앉는 것 같아요.”
코치가 기다렸다는 듯이 웃으며 말한다. “이봐~ 다들 똑같다니까요, 잘하고 있거든요? 몸 바르게 잘 떠 있어요. 본인이 그냥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자기가 하는 동작을 의심하지 마세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믿으면 됩니다. 자, 다시 출발~” 코치는 그냥 스치듯이 한 말이었는지 몰라도 뭔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행동을 의심하지 말라니, 이 친구 이거 철학자인가?      
          운동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는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트레이너를 의지한다. 그들은 운동법과 식단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아침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킬 수 있게 해 주고, 남들보다 뒤처져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해준다. 망설이고 있을 땐 확신도 심어준다. 이쯤 되면 의지가 아니라 믿음이 된다. 그렇게 코치와 ‘같이’ 나를 만들어 간다. 모든 코치가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다.      
          운전을 배울 때 강사님이 해준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다. 운전대에 딱 붙어있는 나에게 멀리 보라고, 운전도 인생도 코앞만 보고 가면 큰일 나기 더 쉽다, 이왕이면 가장 편한 자세로 멀리 보라고 했다. 거의 20년이 지났는데도 한 번씩 그 말을 되새긴다.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자신만의 굳은살이 생기기 마련이다. 운동만 그럴까. 그 굳은살 철학이 고스란히 우리의 일상에 새겨진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지는 거겠지. 
          언젠가 내가 하는 일에 걱정이 늘어나고 망설여지면 오늘 코치의 “의심하지 마라"라는 말이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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