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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15. 2019

아직도 초급이세요?

딱 좋다 

                                                         

        수영을 시작한 지 6개월째. 아직 초급 때의 일이다.     

 “수영 얼마나 됐어요?”
같은 반 수강생 중 한 청년이 물었다.
“6개월째예요”
“(짐짓 놀라며) 전 2개월 됐거든요.”
“...”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그는 나와 같이 평영을 하고 있다. 보통은 6개월이면 접영까지 한다는데, 우리 반은 좀 느린가 보다 생각했다. 두 달과 여섯 달이 같은 진도를 나간다는 게 좀 속상하달까. 나는 충분히 내 능력치와 속도로도 괜찮았는데, 남과 비교를 하니 갑자기 내가 뒤처진다고 느껴져서 불편했던 것이다. 사실 부러울 것도 없는 것이다. 그는 젊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라 진도가 빠른 것이었다. 이렇게 인정하고 나면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은 아무것도 아닌데... 
             본래 수영을 6개월만 바짝 하기로 했다. 그러고선 헬스로 옮겨 갈 심산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7개월째도 수영 등록을 했었다. 
          첫째, 접영 시작을 못했다. 느리지만 꾸준히 진도를 빼왔고, 초보 치고는 자유형과 배영, 평영까지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수영이 재밌고 물에 들어가는 게 즐겁다. 물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나는 이제 물속이 편해졌다. 주말에도 자유 수영을 하러 간다. 하고 싶은 영법을 맘껏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셋째, 수영을 잘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중급, 고급 레일을 자주 봤다. 부드럽게 물살을 헤치며 가는 모습이 멋지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시간만 나면 유심히 쳐다본다. 넋을 놓고 보고 있자면 코치는 곧 다 하게 될 테니 본인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고 충고한다. 
         지금은 내게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수영하는 것이 편하고 좋다. 그리고 함께 용기를 북돋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어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들의 속도를 인정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 
          가끔 내 나이에 해야 할 일들이 있는데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 괜찮은 건가 생각할 때가 있다. 물론 시기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를테면 직장이나 경제적인 문제, 그리고 결혼과 출산 등이다. 나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달고 산다.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다. 그 속도는 내가 정하는 것이다. 조금 늦을 수도 있고, 선택을 안 할 수도 있다. 내 행복을 위해 집중하기도, 포기하기도 한다. 굳이 다른 사람들의 속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다 보면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래야 후회도 적다. 나는 나만의 페이스가 제일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내일도 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다. 방향만 잊지 말자!                                                                       

          나는 지금 1년 넘게 중급에 머물러 있다. 누군가는 또 물어보겠지. "아직도 중급이세요?" 그런데 지금 나는 딱 좋다. 지금의 내 속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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