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영 이야기
코치는 일단은 웨이브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저 ‘물타기’ 일뿐.
사실 수영에서 제일 멋있는 영법은 접영이라고 생각한다. 팔을 뒤에서 앞으로 끌어당길 때 드러나는 팔과 등 근육 때문일 것이다. 보기엔 이렇게 멋져 보이는데 막상 내가 하려니 겁이 많이 났다. 너무 뻣뻣한 몸뚱이의 소유자인지라 동영상에서 보던 발차기와 팔 동작이 될까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 생각했던 웨이브를 이제 하면 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지상에서도 안 되는 웨이브를 물 안에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1. 물타기
몸을 기역 자로 만들어 구부리면 엉덩이가 살짝 물 위로 나온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고개를 들며 가슴을 내밀어 준다.
건방지게 인사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면 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배운 웨이브 물타기다.
이렇게 물타기만 했는데 코치는 숏핀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 이제 정말 수영을 하는 건가 설레기까지 하다. 중·고급 회원들이 오리발로 물을 치면서 갈 때마다 물을 먹었던 설움이 이제 씻기는가. 확실히 숏핀을 사용하니 팔을 몇 번만 저어도 확 나간다. 수영하는 맛이 난다.
며칠을 계속 물타기를 했다. 이제 접영의 진짜 발차기를 한다.
2. 발차기
양다리를 모아 위아래로 물을 쳐준다.
한 번은 강하게 웨이브를 주고 한 번은 그냥 찬다.
그러고는 몸이 좀 뜰 때까지 기다려 준다.
자유형과 배영은 치고 나가는 영법이라면, 평영과 접영은 기다리는 영법이라고 했다. 처음엔 기다리는 동작이 잘 안됐다. 계속 움직여야 할 것 같고, 가라앉지 않고 나아갈 것 같았다. 그런데 기다리고 보니 몸이 뜨고 스윽 나아간다.
3. 한 팔 접영
접영 발차기를 하면서 한 팔만 자유형 팔 동작을 한다.
한쪽 승모근만 잔뜩 성이 날 수도 있다.
4. 양팔 접영
발차기가 잘되고 한 팔 접영이 되면 정면을 향해서 숨을 쉬며 양 팔 접영을 한다.
팔을 앞으로 당길 때 앞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뺨을 손등으로 세차게 때린다고 생각하고 모으면 된다.
접영을 나비 헤엄(butterfly)이라고도 한다. 접영을 하게 되면 나는 내가 한 마리의 우아한 나비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꿈틀거리는 번데기에 불과했다.
호접지몽 胡蝶之夢.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 사이를 휘젓고 다녔을 텐데 나는 날개가 물에 젖은 나비다. 살려달라고 그저 손을 뻗고 물을 먹고 있었다. 물의 흐름과 내 리듬이 맞아떨어지는, 내가 물이 되는 순간을 기대했다.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나의 시그니처 수영 동작으로 접영을 꼽는다. 드디어 나비가 됐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