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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Nov 15. 2019

드디어 중급!

팥을 끓이듯이

            내가 아껴 마지않던 코치가 시간대를 오후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선물을 주고 갔다. 그렇다. 나도 이제 중급으로 간다. 초급의 동기들이 다 올라가는 건 아니고 1/3 정도만 뽑혀서 가게 되어 조금 으슥해졌다. 레일이 바뀌었다.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 기존 중급의 첫 레일에 있던 사람들은 한 칸씩 옆으로 밀려났다. 해서 새로 같이 올라간 친한 사람들끼리 같은 레일을 쓰게 됐다.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긴장을 타서인지 피곤해서인지 하루 종일 잠이 오고 하루 종일 배가 고팠다. 중급을 시작한 지금, 딱 그 상태가 되었다. 일단 사람이 확 줄어버리니 내 차례가 빨리 돌아온다. 초급에서는 앞줄에서 연습하던 나는 자연히 뒤로 밀려났다. 새로운 코치는 결코 쉬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우리 수영장 길이는 25미터. 코치는 50미터 4바퀴, 이런 식으로 주문을 한다. 중간에 쉬지 말란 소리다. 레일 끝에 가서 점만 찍고 다시 얼른 돌아오라고. 

            이제 중급이 되었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했는데 실상은 온종일 병든 닭 마냥 빌빌 거린다. 다행인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또래 - 당시엔 같은 수업을 들어도 다들 나이를 정확히는 알지 못해서 액면가로 - 의 사람들은 다들 피곤하다고 한다. 
          내 체력에 맞는 속도가 있을 텐데 많이 무리를 했다. 그러다 보니 팔도 내 마음만큼 움직이지 않고 다리는 계속 가라앉는다. 한 번에 25미터도 버거운데 잘하는 사람들 따라가려고 발버둥을 쳤더니 다리에 쥐가 났다. 이게 뭐라고 자존심이 좀 상했지만, 힘들면 그냥 쉬어 가기로 했다. 이제 25미터만 가서 쉬다 오기도 하고 중간에 걸어오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나름의 페이스 조절을 하지 않고 오버하면 또 쥐가 날 거다. 수영을 더 오래, 더 잘, 더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의 나에게 속도를 맞춰야 한다.     
          수영만 그럴까. 나는 솔직히 아직도 글쓰기가 너무 힘들고 버겁다. 그래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써가며  체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고, 표현이 이상한 것도 많다. 지금은 그저 내 속도로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조급해하지 않고 내 체력을 키우면 오버하지 않아도 그들과 같은 속도를 내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어느 순간 먼저 갈 수도 있겠다.     
          일본 영화 ‘안경’(2007년)에서 일상에 지쳐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섬으로 여행을 오게 된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에게 마력의 빙수를 파는 사쿠라(모타이 마사코)는 팥을 끓이며 말한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간 반드시."

          지금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 아닐지. 하지만 꾸준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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