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의 한판 승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다혈질의 잔꾀


'주말엔 교육'

11권의 책을 낸 작가이자 동기부여 강사인 이창현 강사의 파워 렉처 과정이 멀리 창원에서 있었다. 하늘이 뚫렸는지 바닷물이 치솟았는지 평소 즐겨 듣는 백색소음 빗소리지만 여기저기 들리는 비 피해 소리를 듣고 보니 살짝 멀어지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듣겠다는 일념으로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을 뚫고 다녀왔다. 창원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비가 오질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 강의로 뒤풀이가 있었다. 아침 굶고 점심은 모임공간에 있는 간단한 토스트와 커피가 전부라 배가 많이 고파서인지 이른 저녁으로 먹는 고기가 꿀맛이었다. 고기를 몇 접시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배불리 먹고 오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동료가 사주는 고소한 커피 향이 비로 인해 더 진하게 다가온다. 도착할 무렵 딸아이의 전화다.


"엄마, 어디야?"

"다 와가는데..."

"엄마..."

"왜?"

"엄마..."

"왜? 말해."

"엄마, 들어올 때 허니 콤보 사 올 수 있어?"

"아니."


더 이상 사 오라는 말도 않는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20여 분 후 도착했다. 아들은 외출 중, 남편은 설거지 중, 딸아이는 안방 침대 위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폰 삼매경이다. 하루 종일 뒹굴거린 표정이다. 다시 한번 부른다.


"엄마..."

"..."

"허니 콤보 시킬게"

"오리고기도 있고 먹을게 많은데 있는 거 먹어."

"오리고기는 싫어. 허니 콤보 먹고 싶어."




'딸아이는 다혈질, 중2병 절정'

평소 잘하면 말하지 않아도 챙겼을 나다. 사춘기에 질릴 대로 질린 나다. 딸아이는 지금 중2병의 절정이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하루에서 몇 번씩 언성을 높이게 된다. 기질을 앎에도 중2병 앞에는 기질에 따른 대처법이 적용이 되질 않는다. 이럴 때 한결같은 전문가의 조언은 이거다 '그저 내 자식이 아니고 남의 자식이다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어디 그게 말처럼 쉬워야 말이지.


딸아이의 주기질은 다혈질, 보조 기질은 점액질이다. 다혈질의 주된 특성은 사람을 좋아하고 움직임이 많으며 분위기 메이커에 목소리가 크며 오지랖이 넓고 흔히 말하는 마당발이다. 이것저것 호기심은 많으나 끈기가 부족해 끝까지 마무리하는 게 힘들며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며 귀가 얇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으며 임기응변에 강하다.


보조 기질인 점액질의 많은 특성 중 하나인 넘치는 인정이 더해 친구가 얼마나 많은지, 통화할 때마다 다른 친구다. 게임하는 친구, 드라마 얘기하는 친구, 옷 얘기하는 친구 등 테마별로 세트를 구성해놓은 듯하다. 어릴 땐 그렇게 소심하더니 심지어 문화센터에서 물 마시려 줄 서 있다가 뒤에 서있는 한참 어린 동생이 슬쩍 옆에만 와도 양보하던 그런 아이였는데 사춘기가 되면서 180도로 변했다. 강력한 사춘기요 무서운 사춘기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이 있다. 여자 셋이 아닌 내 생각에는 다혈질 셋이 맞는 듯하다. 특히 사춘기 다혈질은 하나만으로 충분히 접시를 깨고도 남는다는 걸 딸아이를 보며 실감을 넘어 절감하는 요즘이다. 집에서 딸아이가 통화할 때면 기차 몇 대는 지나가는 것 같다. 딸아이 통화 중에는 우리는 문을 닫는다. 도무지 집중이 되질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보면서도 박장대소를 한다.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박수를 친다. 리액션도 어찌나 많은지, 코로나 이후 또 격주로 학교에 가면서 밤낮이 뒤바뀐 딸아이, 잠귀 밝은 남편이 잠을 못 자겠다고 할 정도다. 딸아이 통화 중에 남편 전화가 울리면 조용히 문을 닫고 들어간다.


뒤끝도 없다. 다혈질의 특징이다. 혼나고도 '출필곡 반필면'을 철저히 하는 딸아이,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를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게다가 엄마가 좀 화났다 싶으면 "어머니, 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어머니를 붙인다. 목소리는 항상 쏠톤 이상이다. 말도 많은 편인데 목소리까지 크니 얼마나 시끄러울까!! 학교에서 다 같이 떠들었는데 목소리 큰 딸아이가 지적당한다고 담임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래서 목소리 한 톤만 낮추자고까지 한단다.


"목소리 좀 낮춰, 한 톤만 낮추라고?"

"엄마, 엄마가 이래 낳았는데 내가 어떻게 해?"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어떨 땐 속도 없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다. 딸아이가 학교 갔다 돌아올 때면 엘리베이터 앞에서부터 요란하다. 특별히 귀 기울지 않아도 감지되는 딸아이다. 아무튼 명물은 확실히 명물이다.




'갱년기 검색해 봐!!'

흔히들 말하길 애들 얼굴은 크면서 열두 번도 더 바뀐다고 한다. 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성격이 이렇게 바뀔 줄은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딸아이의 지독한 중2병 덕분에 진로수업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보듬게 되니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서너 번씩 사춘기로 인해 이 갱년기의 속은 뜨겁다 못해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가 따로 없다.

왜냐하면 나는 사춘기보다 강력한 갱년기이기 때문이다.


"갱년기 검색해봐. 엄마 지금 갱년기야. 사춘기보다 더 무서운 게 갱년기야!"

그런데 얼마 전, "엄마, 내가 엄마를 위해 잠도 못 자고 밤새 검색했잖아!! 이거 봐봐!"

휴대폰 화면을 넘겨가며 각종 영양제를 줄줄이 읊어댄다. 그 시각에 잠을 자지 왜 밤새 그러고 있는지...


연애할 때도 이러지 않았는데, 감수성 예민했던 학창 시절 친구들끼리도 이러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까? 또 어떨 땐 모진 말을 뱉어놓고는 잠자리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면서는 딸아이에게 카톡글을 쓴다. 문제는 썼다 지웠다 또 썼다 지웠다를 무한 반복한다. 그러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나만 그런 건지...




다혈질이 번뜩이는 임기응변식 흔히 말하는 잔꾀가 많은 편인데 딸아이가 다혈질의 대명사다. 아까 허니 콤보 얘기를 꺼냈을 때 안된다고 했건만 기어코 통보한다.

'저, 허콤 시켰어요. 9시 58분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기대된다. 맛있겠다. ㅎㅎㅎㅎㅎ"

오버액션이 지나치다.

"집에 있는 거 먹으랬는데 네 맘대로 시켰으니 네 용돈으로 결제해."

시켰다는 통보와 함께 아무런 대꾸 없이 폰을 보며 꺽꺽 넘어가는 사춘기에 약 올라 죽는 갱년기다.


안 듣는 듯하면서도 듣고 있었던 '9시 58분에 도착한다고 하네요.'라는 말에 휴대폰 커버에 있던 카드 2장을 빼서 숨기고는 능청을 떨며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을 보고 있다.

10시가 다돼가는 시각, 현관 벨이 울리고 딸아이가 황급히 들어온다.

남편과 나란히 책상에 앉아있었다.


"엄마, 엄마 허콤 왔어, 카드 카드..."

"...."

"엄마, 빨리빨리..."

"띠리리리링 띵띠리리리링..."

현관 벨은 계속 울린다. 내 마음이 조급해진다.

"엄마, 빨리... 카드 카드..."


남편 왈 "기다린다 빨리 문부터 열어."

문은 열지 않고 계속 카드를 달라는 딸아이, 계속해서 울리는 현관 벨 소리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숨겨둔 카드를 주고야 말았다. 휴대폰이 아닌 독서대 아래서 꺼내는 카드를 본 딸아이

"엄마, 설마 미리 빼둔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이없네. 진짜!!"

'나도 이러는 내가 어이없긴 마찬가지야!!'


카드를 받아 드는 순간 현관 벨소리도 멈췄고 이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딸아이의 폭소다.

"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호호...."

"빨리 문 열어주라고!!"

"어머니, 아버지 죄송하지만 제가 눌렀어요.ㅎㅎㅎ"

"...."

"상황을 보아하니 카드를 안 주실 것 같아서 제가 미리 연기를 좀 했죠. 죄송합니다.ㅎㅎ"


벨소리가 끝나기 전에 카드를 쟁취하려 더 호들갑을 떨었던 거다. 카드를 치켜들고 쾌재를 부르는 딸아이 앞에 남편과 나는 어이없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너 정말 다혈질이 맞구나!! 뼛속까지 다혈질이야!!' 다혈질의 기발한 잔꾀다.

딸아이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허니콤보


치킨을 유난히 좋아하는 딸아이, 다혈질의 특성 중 하나인 최고의 리액션이다.

"대박 대박 대박대박대~~~ 박, 나를 어떻게 알고 고객님을 위한 써비스까지!!"


쟁반에 제대로 펼쳐놓고 와인잔에 콜라를 부어놓고는 쩝쩝 소리를 내가며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고기를 잔뜩 먹고 온 후였지만 허니 콤보 ASMR에 침이 넘어간다. 먹어보란 소리도 않는다. 우유를 가지러 간사이 두 조각을 얼른 가져와 옆에 숨겼다. 뭔가 허전해 보였던지 나를 한번 쳐다본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의 그 많던 말은 어디 가고 바사삭 쫀득의 소리로 압도하며 행복에 겨운 표정에 주위를 잊은 지 오래다.


'한 조각을 얻어야 미리 숨겨둔 두 조각을 먹을 수 있을 텐데...' 궁리 끝에 쭈굴스럽지만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하나 먹어보란 소리를 않냐?"

"아니 엄마, 아까 고기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왔다고 배부르다고 했잖아!"

"야, 그건 그거고 그래도 먹어보란 소리는 해야지!"

ㅂ그제야 소스를 듬뿍 찍어서는 "아이고 그러셨어요? 하나 드셔 보셔요." 무슨 애 다루 듯하며 선심 쓰듯 입에 넣어준다.


입안에 든 치킨이 맛있어 삼키고 있는 이 상황이 너무 웃기다. 38년 차이 어린 딸아이한테 맨날 약 올라하는 어른인 나도 우습고, 별거 아닌 일에도 박장대소하며 하하거리는 돌연변이 같은 이 사춘기 딸아이도 우습다. 평소엔 막상막하, 아슬아슬한 우리 집 사춘기와 갱년기, 오늘은 다혈질의 잔꾀 앞에 보기 좋게 KO패다.


"딸아, 갱년기 이 엄마 좀 생각해주면 안 되겠니? 친구한테 쏟는 정성, 엄마한테 1/100이라도 어찌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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