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2020.12. 7 월요일


지금 이 시각...

예정대로라면 진로수업 중이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예정된 수업의 취소와 연기 및 잦은 변경 중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 수업은 취소가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 한 주는 기말고사 리포트에 집중해야 한다.

문예 창작과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다.

지난 중간고사 때도 반성 정말 많이 했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거 절감하며

이번 기말은 잘 해보리라 다짐해본다.

덕분에 시집을 가까이하게 되어 좋다.

시집을 사서 읽었지만

식사 준비나 청소할 때는 이어폰 너머에 시가 있다.

잠시나마 여유를 찾게 되니 참 좋다.

김소월, 백석 시집에 이어

이번엔 정현종, 김춘수, 오규원 님 시집과

언어의 뇌과학, 창조성에 관한 7가지 감각을

기말 리프트 도서로 담았다.

다 좋지만 정현종 시인의 시가 참 좋다!!


이 와중에 SNS 멀리한 지 한참이란 생각에

잠시 여유를 내어본다.


지난주에 김장이 있었다.

언니는 2주 연속 일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전날 늦게 가는 게 미안해

수육 거리며 먹거리는 내가 준비했다.

김장이랑 배추 가져와 이웃에게 나눴다.

맛있다는 화답에 기분이 좋다.

나눔의 행복 이리라!!


김장하는데 읽을 시간이 어딨다고

책 한 권을 들고 갔지만

오랜만에 보는 TV가 재밌어

소파에 꺼내놓고 그냥 왔다.


왜 안 챙겨 갔냐는 엄마 전화에

지금 필요 없는 거라는 말로

둘러대고는 다시 주문했다.ㅋ


오늘은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3번의 시도 끝에 겨우 접속이다.

"엄마, 어딘데 전화를 그렇게 안 받아?"

말 떨어지기 무섭게 엄마는 묻지도 않았건만

오늘 할 일을 줄줄이 읊는다.

그러고는 시간이 없단다. 바쁘단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웃음이 난다.

자꾸만 웃음이 난다.

울 엄마가 확실하다.ㅋㅋ


"엄마!!"

"왜?"

"어째 안 바쁜 날이 없네? 농한기는 쉬는 거 아닌가?"

"농사일은 아니라도 할 일이야 많지!!"

"엄마, 내가 엄마 팔자 닮았나 봐, 특별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바쁜지, 바쁘다는 말을 달고 사네.^^"

"바쁘면 좋지!! 그런데 쉬어가며 해, 병난다.

건강이 최고라, 잘 챙겨 먹고, 알았지?"

"엄마, 들에 갈 일 있으면 빨리 갔다 일찍 내려와,

늑대한테 잡혀가!!"

느닷없는 늑대소리에,

또 당신 팔자 닮았다는 말에 웃고 또 웃는다.


두 딸 중에 난 엄마를 쏙 뺐다.

정리, 식물, 할 일 있으면 잠 안 자는 거,

급한 성격까지...

특별할 거 없는 대화에 간간히 넘기는

커피 한 모금이 모녀의 대화에 향기를 더한다.

오늘도 내 마음엔 잔잔한 행복이 인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참 좋은 시 한 편 옮겨본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 정현종 -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 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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