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데어 Jul 15. 2019

당신이 알았으면 하는 것들

방황하는 이십 대에게

가끔 나의 이십 대가 생각날 때가 있다. 뭐든지 서툴기만 하고, 불안하던 그때. 이십 대 문턱에 들어서며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사람이 힘들고, 사랑이 힘들고, 내 삶이 힘들었으니까.


그러면서 붙잡은 것이 바로 책이었다. 인생 선배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마 그게 내가 '책 읽기'의 취미를 갖게 된 첫 시작이었을 거다. 책 속에 마음에 드는 구절을 발견하면 조심히 페이지의 귀퉁이를 접어놓았다. 내가 표현하지 못하는 복잡한 생각들을 명쾌하게 글로 보여주는 문장들에게 고마웠고, 그 글을 노트에 그대로 옮기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저 책 속의 글귀를 옮겨 놓은 노트였지만, 나에겐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 없는 비밀 노트였다.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싫은 내 마음이 담긴 일기와도 같은 노트. 시간이 지나 다시 그 노트를 꺼냈다. 방황하던 나를 붙들어 주었던 나의 글귀들을 조심스레 꺼내본다. 그리고 혹 나처럼 고민 많고 혼란스러운 이십 대를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도움이 될 만한 몇몇 글귀를 옮겨본다. 내가 이십 대 땐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 것들을..

  

 우주의 차원에서 바라보기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친구들과 한 반에서만 지냈던 중, 고등학교 때와 달리 대학에서는 모든 것이 선택이었다. 수업, 동아리는 물론 갑자기 주어지는 그 길고 긴 자유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해 가장 어려웠던 것이 바로 인간관계였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가 내 머릿속을 꽉 채웠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나를 온전한 나로 바라보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우주 속에서 나를 바라볼 뿐이다. 내가 나의 우주 속에서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래서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은 멀리서 나를 바라볼 뿐, 진정한 나를 들여다보진 않는다. 왜 그땐 몰랐을까.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좀 더 나에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실패가 좀 덜 두려웠을 텐데..  


당신은 자신을 도시의 거리의 차원에서도 볼 수 있고, 우주의 위성의 차원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당신을 언제나 위성의 차원에서만 본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보다 큰 그림으로 자신을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을 보는 것에 한 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프로이트처럼 생각하고, 스키너처럼 행동하라, 제러미 딘)

 

거리를 두고 보면 모든 것이 다 하나의 점일 뿐이다. 다른 사람이 보는 '점'인 나에게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내 속의 우주에 집중할 것인가.


사랑만이 다시 온다

이십 대에 빠질 수 없는 것, 바로 '사랑'. 짝사랑으로 세상 모든 외로움들이 다 내게 오는 것 같았고, 다가오는 사랑에 설레도 보았다. 날이 밝은지도 모르고 전화기를 붙잡고 소곤거렸고, 사랑을 잃은 슬픔에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같았다. 하나님이 나에게 내 주신 가장 어려운 숙제, 바로 '사랑'이었다.


사랑이 끝났다고 생각한 날, 내 세상도 무너졌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새로운 사랑이 왔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변했고, 사랑에 좀 더 조심스러워졌고, 좀 더 겁이 많아졌다. 사랑은 다시 왔지만, 변한 나로 인해 더 아팠고,  이번 사랑에도 반복되는 슬픔에 더욱 슬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고하고 또 사랑은 왔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것, 사랑만이 다시 온다.


사랑이 지난 후엔 사랑이 온다. 사랑만이 다시 온다.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비슷하고 더 아플 수 있는 낯익은 사랑.(민봄내, 그림에 스미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은 사랑의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새 살이 돋는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는 상처는 더 이상 아프지않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슬픔은 더 이상 슬프지않고 '기억'이 된다.

자연은 지표면에 있는 다양한 상처들을 숨기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몇 달 뒤면 길가의 풀이 놀라울 정도로 높이 자랄 것이다.... 대부분의 길이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이다. (리처드 클루스, 사랑을 잃고 난 후 알게 되는 것들)


계속하는 힘

실패를 견디고, 도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계속하는 힘'이 중요하다. 특히 이십 대게는..'GRIT'이라는 단어가 있다.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Growth), 실패에서 회복할 수 있는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tic motivation), 그리고 끈기(Tenacity)의 앞 자를 따내 만든 단어다. GRIT에서 중요한 것은 실패가 결코 영원한 상태가 아님을 아는 것이다. 학업, 일뿐 아니라, 삶에서도 실패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한 실패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이 실패를 넘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실패를 딛고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성당 중앙 홀에서, 불현듯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성당, 그것은 나였다. 우리들 각자였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모습도 변화한다. 고쳐야 할 단점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물론 늘 최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바르게 서려고 노력하며 계속 전진한다. 정확히 말하면, 벽이나 문 또는 창문들이 아닌 그 안에 존재하는 빈 공간을 위해서다. 내부의 빈 공간, 그곳에서 우리는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을 숭배하고 경의를 표현하는 것이다. (오자히르)


나의 삶에서, 내 모습에서 발견하는 수많은 단점들로 인해 낙심하기도 하고,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리하고, 보수하는 대성당들처럼, 나 역시 끊임없이 수리하고 보수해야 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 나는 선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단지 좀 더 선해지려 노력하고, 좀 더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 누구나 다 그렇다. 중요한 건 그 노력을 계속하는 힘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계속하는 힘..



삶은 은총이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기보다 주어진 것에서 부족함을 먼저 찾는 이십 대였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로 슬퍼했고 원망했다. 마음먹는 대로, 노력하는 대로 되지 않아 우울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음을 이제는 알 것 같다. 내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들이 몇이나 있을까. 그래서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지 알게 되었다. 세상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나에게 기대치 못한 선물을 안겨준다. 가족들, 친구들, 맛있는 음식, 좋은 음악 등등..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주어지는 좋은 것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이런 것들에 감사할 때, 그 감사는 또 다른 감사를 낳는다. 감사한 일들을 찾다 보면, 정말 감사할 거리들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 감사거리로 인해 삶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엄마가 된 나는 나에게 행복을 준 아이들이 고마워 한 번 더 아이들을 안아준다. 그리고 그 대가로 아이들은 나를 더욱 꼭 안아준다. 그로 인해 나는 더욱 행복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오는 감사의 기적이다.


모든 것이 은총이었습니다. (공지영,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실시간으로 세계 인구, 경제 등의 통계를 보여주는 worldmeter라는 사이트가 있다. 지금 이 시간의 세계 인구, 출생자, 사망자 등의 통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사이트이다. 이 중 "Deaths today" 항목도 있다. 오늘 사망자 수다. 7월 15일 오후 12시 현재 사망자수는 8만 1천 명을 넘어서고 있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지금 이 숫자를 보고 있는 당신은 얼마나 감사한가. 살아있음에, 지금 내 옆에 사랑하는 사람도 함께 있는 것이 감사하지 않은가. 삶은 은총이다.


    




작가의 이전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닌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