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가장 중요한 것을 어디에 두십니까?”
허허벌판에 휑하니 내어놓아 누군가 집어가기 좋게 방치해 놓으십니까? 아니면 집안 가장 깊숙한 곳에 잘 보관하십니까? 아마 집안 깊숙이 금고라도 있으면 꼭꼭 잘 싸서 그 속에 안전히 보관하려 하겠지요.
그런데 여러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은 가치관의 질문이니 사람들마다 다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요. 그럼, 질문의 폭을 좁혀서 여러분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는 어디일까요? 팔, 다리, 위장, 심장, 뇌…….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요. 다 중요합니다. 새끼손가락도 중요하고, 엄지도 중요하고, 우리 몸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 스스로 우리 몸의 중요도 우선순위를 고르기 어렵다면, 조물주가 어떻게 몸을 만들어 놓았는지 들여다보면 몸의 우선순위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몸에서 어느 장기가 가장 튼튼한 보호 장치로 둘러싸여 있나 한 번 우리 몸을 들여다볼까요.
우리 몸속 여러 장기 중 유일하게 완벽한 금고로 둘러싸여 있는 장기가 바로 뇌입니다. 즉 머리뼈라는 단단한 금고가 사방팔방 뇌를 둘러싸고 있지요. 아마도 뇌는 기억을 보관하는 두부같이 부드러운 신경조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조물주가 특별히 단단한 캐비닛 속에 집어넣어 보호하려 했나 봅니다.
다른 장기는요? 다른 장기는 조금씩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우리가 중요시하는 심장이나 폐 같은 경우 갈비뼈가 등부터 나와 앞쪽을 채우고 있는데, 갈비뼈는 새집 창틀처럼 얼기설기 여유가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머리뼈처럼 완벽하게 빈틈없이 둘러싸여 있지는 않지만, 심장과 폐는 뼈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이지요. 위장이나 대장은? 소화기 관련 장기 중 간과 같이 갈비뼈로 일부 보호받는 장기도 있지만, 위장관은 대부분 뒤와 옆만 뼈로 보호를 받고, 앞에 부분은 훤하게 드러나지요.
반면에 팔다리는 뼈가 가장 가운데 들어가 있어, 오히려 팔다리 근육이 그 뼈를 둘러싸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몸의 구조를 근거로 중요 장기를 배열한다면 뇌 > 심장, 폐 > 소화기 > 팔다리 순이 아닐까요. 팔다리가 들으면 기분이 나쁠지 모르겠지만, 보호 장치 구성을 중심으로 생각해 볼 때는 이렇다는 이야기이지요.
아마도 인간에게 뇌라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 곳이라 특별 금고로 보안 장치를 확실히 해 놓았나 봅니다. 이렇게 단단한 머리뼈 금고로 밀봉해 놓은 것도 모자라, 뇌 구석구석 들어가는 통로, 즉 뇌혈관에도 철통 보안 장치를 해 놓았지요. 즉 뇌로 들어가는 혈관과 뇌 사이에 빈틈없는 ‘뇌혈관장벽'을 쌓아두어 뇌에 꼭 필요한 산소와 당분 등 주 에너지원만 통과시키고, 웬만한 다른 물질은 혈액을 통해 뇌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이렇게 완벽한 차폐 구조는 간혹 뇌에 이상에 생긴 경우 치료를 어렵게도 합니다. 즉 세균에 뇌가 감염된 뇌염의 경우, 치료에 필요한 주사 항생제조차 뇌에 침투가 잘 되지 않아 매우 고용량의 약물이 필요하며 치료에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단단한 머리뼈와 완벽한 뇌혈관장벽 시스템을 갖춘 뇌는 흡사 CIA 본부 중앙 벙커 같은 느낌입니다.
"나는 누구입니까?" 갑자기 이런 심오한 질문을 던지니 긴장되시나요? 제가 수양을 깊이 한 것도 아니니, 저 자신도 이 질문에 정답을 내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 팔이 나입니까? 예를 들면 한쪽 팔이 사고로 잘려나갔다고 하여 내가 아닌가요? 물론 팔이 하나 없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 있습니다. 위암으로 위 절제를 했다면요? 그래도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이지요. 폐암으로 한쪽 폐를 드러냈다 하여도, 한쪽 눈을 사고로 잃었다 하여도 내가 아닌 것이 아닙니다. 즉 아무리 내 몸에 일부 손상을 입어도 나는 그대로 나입니다.
하지만 뇌의 손상을 받아 나의 기억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에서는 ‘나’라는 물질적 존재는 그대로 있지만, 이미 이전의 ‘나’라는 실체와는 다른 실체가 되어 있는지 모르지요. 나의 기억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밑바탕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나는 곧 나의 기억이다.'라고 말하였나 봅니다.
기억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해마라는 뇌의 기억 센터입니다. 이곳은 단단한 금고로 둘러싸인 뇌에서도 가장 깊숙이 존재합니다. 또한, 그 위치가 참 절묘한 것이 듣는 입력장치인 귀와 보는 입력장치인 눈에서 동시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이렇게 해마는 잘 보고 잘 듣도록 좋은 위치에 있으면서 가장 깊숙한 위치에 있지요. 아마도 조물주는 기억을 가장 깊숙이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싶었나 봅니다.
기억, 우리 자신을 정의내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도둑맞지 않도록 단단한 금고에 잘 보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