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특정한 활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뇌는 어떤 상태가 될까요? 이 주제에 대해 과거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합니다. 그것은 바로 Default Mode Network라는 개념으로 우리가 특정한 활동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뇌는 쉬지 않고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는 이야기이죠.
앞쪽뇌라 일컫는 전전두엽은 생각의 뇌라 하지요. 우리의 생각은 시도 때도 없이 가만히 있지 않고 나타납니다. 뒤쪽뇌에서 입력된 여러 정보를 해석하고 판단하여 지시 내리려 하는 것이 앞쪽뇌의 주 역할입니다.
그러나 불교 등에서는 '그 생각을 놓아라. 마음을 비워라'라고 흔히 이야기합니다. 생각을 버린 상태, 즉 컴퓨터의 초기 default 상태처럼 뇌가 생각이란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고 조용히 머물러 있는 상태를 default mode network(DMN)가 활성화되었다고 합니다.
생각을 멈추고 멍하게 편히 쉬거나 명상도 이렇게 고요한 뇌를 만들지요. 내가 누구인가라는 자아 성찰이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자아 인식, 감정 조절을 하며 무의식 중에 해결책을 찾는 기능,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내적 활동으로 활성화되는 DMN의 뇌 영역이 뇌과학의 발달로 하나하나 밝혀져 있더군요.
여행 가서 멋진 경치를 보고 넋이 빠져 '참 좋다'라고 느끼는 순간, 좋은 음악을 아무 생각 없이 빠져 듣고 있는 상태, 운동하며 그 자체에 몰입된 상태는 도에 이른 상태와 비슷하지요. 명상할 때 현재 순간에 깨어 있으라 합니다. 과거의 감정을 해석하고 파묻히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 등으로 뇌가 과부하 걸리지 않도록 하고 현재를 제대로 살라고 하지요. 이는 시끄럽고 번잡한 여러 소음을 차단한 고요한 뇌의 상태에서 가능합니다.
최정상급 선수들이나 예술가의 무아지경의 상태는 뒤쪽뇌에 입력된 정보 그 자체를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일일이 생각의 뇌인 전전두엽이 해석하고 지시를 내리면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긴장된 상태가 되어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예를 들어 골프를 칠 때 아무 생각 없이 쳐야 자연스럽게 스윙이 되는데, 아마추어는 공을 앞에 두고 백스윙에서 손의 위치는 어떻고, 클럽의 각도는 어떻고 등등 생각이 많아지게 되지요.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연스러운 몸의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억지스러운 행동이 나오게 됩니다. 프로선수들이 스타트 박스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이런 뇌의 상태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행도 빡빡한 일정 속에서 숙제하듯이 하고, 좋은 것을 구경하면서도 동시에 귀갓길 교통 상황을 걱정합니다. 운동하면서도 이어폰으로 무엇을 듣고 있거나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달리기를 하지요. 이렇게 해서는 휴식상태의 뇌가 될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은 전전두엽이 과부하가 되면서 제대로 된 지시가 아닌 짜증이 출력되고 근육도 경직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과다분비되고, 심리적으로 우울에 빠지게도 되지요. 삶이 고달프다고 느끼는 것은 몸이 지친 것이 아니고, 뇌가 즉 전전두엽이 지쳐 있기 때문입니다.
뒤쪽뇌에서 받은 정보를 그 자체로 느끼고 음미하여, 앞쪽뇌로 연결되지 않도록 차단된 상태, 즉 고민하고 판단하고 계획하는 생각 뇌인 앞쪽뇌를 쉬게 하여 생각을 놓은 상태가 우리의 뇌가 고요하게 원래(default) 되어 있는 상태이겠지요.
이제 저도 고요한 뇌의 상태에 들어가야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