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광에서 국시 좀 꺼내 온 나이?” “오늘 즘심(점심)은 시원한 열무 국시나 해먹 자야”
이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에게 국시가 뭐예요. 여쭙자, 할머니는 “거 검은 봉다리에 들어 있는 기 국시잖니” “봉다리요?”
결국 봉다리에 들어 있는 건 ‘국시’ 요, 봉지에 넣어져 있는 건 ‘국수’라는 별로 웃기지 않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사 오기 전 살던 곳에는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국숫집이 하나 있다. 늦은 밤 술을 한 잔 걸치고 들어올 때쯤이면 동네 입구의 그 국숫집에서 멸치국수 한 그릇 말아먹는다. 그런 다음 날이면 왠지 숙취가 없는 듯하기도 하고 평소보다 몸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그러면서 좋아하게 된 것이 국수이다. 더욱이 동네 입구의 그 집은 면도 불지 않고 탱글탱글하다. 계란과 김 고명에 쪽파와 들깨를 넣은 간장소스도 옛날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범박동으로 이사 온 후에는 편의점 컵라면을 주로 먹게 되는데 가끔은 먹을 가능성이 일도 없는 멸치국수를 생각하기도 한다.
최근에 보니 국수의 시원을 두고 중국과 아랍 그리고 이탈리아가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단다. 시원이 뭐 그리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으나 대략 기원전 6000년경 중앙아시아에서 퍼져나간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우리의 국수는 보통 밀가루 반죽을 틀에 눌러서 일정한 크기로 뽑아낸 것을 말하는데 국수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수타면처럼 손으로 두드려 만들기도 하고 칼국수와 같이 얇게 민 다음 접어 칼로 썰어 만들기도 한다. 재료도 다양하고 하는 요리하는 방식에 따라 비빔국수나 볶음국수도 맛이 좋다.
가끔은 제주의 고기국수 맛도 기억에 남는다. 제주의 고기국수는 향신료나 채소 없이 돼지뼈와 돼지고기만으로 육수를 내는 것이 보통인데 요즘 제주지역엔 육지에서 건너온 가게와 관광객들로 전통적인 국숫집은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 같다. 토속 국숫집의 경우도 경쟁적으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멸치육수 등을 활용하기도 한단다. 고기국수는 제주지역에서만 나는 돼지고기로 육수를 내야 제 맛이다. 몇 해 전 제주 mbc 주변 국숫집에서 먹었던 고기국수와 돔베고기는 주인아주머니가 금방 삶은 고기를 주셨는데 고기를 새로 삶는 중이셨는지 고기가 설익은 듯했으나 전체적으로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난해 제주를 방문해 찾았던 국수거리의 유명짜한 국숫집의 옆 국숫집은 그런 감흥이 많이 살지 않았다. 맛은 보통의 집에서 찾는 게 진리인 듯싶다. “맨도롱 홀 때 호로록 들여 싸붑서.”